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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전]손흥민 '편견 날리고 월드클래스' 입증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6-23 15:17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23일 (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 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의 손흥민이 팀의 첫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23/

손흥민을 향한 시선에는 한가지 편견이 있었다. '레버쿠젠의 손흥민과 대표팀의 손흥민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레버쿠젠에서의 손흥민은 완벽한 유럽형 공격수다.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슈팅 욕심이 넘친다. 팀 자체가 강하다. 레버쿠젠이 수비에 신경을 써야할 상대팀은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정도다. 그 외 팀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맡은 역할은 공격 돌격대장이다.

많은 이들이 손흥민의 이런 성향은 홍명보호에는 맞지 않다고 단정지었다. 홍명보호는 '수비와 조직력'의 대명사였다. 특히 월드컵에서 한국은 약팀이다. 선수 개개인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수비력보다는 공격 본능이 강한 손흥민이 홍명보호에게 맞지 않는다는 평가는 이때문이었다.

하지만 알제리전 한 경기로 손흥민에 대한 편견은 사라졌다. 오히려 한 가지 사실이 확인됐다. 손흥민은 클래스가 달랐다.

알제리전에서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전반전에서는 상대 진영을 휘젓는데 주력했다. 전반 10분과 13분 빠른 드리블을 앞세워 알제리 수비진의 혼을 쏙 빼놓았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손흥민만 유일하게 개인기량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제칠 수 있었다. 수비력 및 활동량도 상당했다. 손흥민은 이날 96분간 10.559㎞를 뛰었다. 풀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들에 버금가는 활동량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하는 히트맵(활동량 표시 지도)을 보면 손흥민은 한국의 페널티 지역 앞에서부터 상대 문전 바로 앞까지 폭넓게 활동했다. 그만큼 팀에 큰 힘을 보탰다.

후반전부터는 손흥민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일단 공격 본능을 억눌렀던 자물쇠를 풀었다.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후반 5분 만회골을 뽑아낸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운도 따랐다. 2선에서 올라온 로빙패스가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지나 손흥민의 등에 맞았다. 이때부터 손흥민의 개인기량이 빛났다. 볼을 확보한 손흥민은 뒤로 볼을 돌리는 듯 하다가 문전 앞으로 향했다. 알제리 수비수들은 모두 손흥민의 움직임에 속았다. 알제리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손흥민은 바로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월드컵 데뷔골이었다. 러시아전에서 두 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고도 슈팅에 힘이 들어간 탓에 득점에 실패한 아쉬움을 풀었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폭넓은 활동량과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로 한국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후반 27분 구자철의 만회골도 손흥민의 적극적인 공격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드리블 돌파 신기록도 세웠다. 손흥민은 드리블 돌파 9회를 기록하며 나이지리아 공격수 에메니케의 8회(보스니아전)와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이란전) 7회 기록을 넘어섰다.

'에이스의 클래스'를 증명했지만 손흥민은 경기 뒤 고개를 숙이고 눈시울을 붉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손흥민은 "아쉽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팬들에게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알제리를 너무 편하게 놔줬다"며 "초반부터 알제리처럼 압박을 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반전이 끝난 뒤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 알제리가 3골을 넣은 만큼, 우리도 3골을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잘못했고,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득점에 대해서는 "중요치 않다. 알제리에 졌다는 게 더 크고 마음이 아프다"고 자책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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