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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의 1차전(1대1 무)은 경기력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은 경기를 했다. 워낙 가나전(0대4 패)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걱정을 하긴 했는데 선수들이 전술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무장을 하고 나온게 느껴졌다. 태극전사들의 얼굴에서 '이번에 잘해야 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평가전에서 좋지 않았던 모습이 나쁘게 작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조별리그의 사실상 결승전인 알제리와의 2차전이 다가온다.
잃은 것보다 얻은게 많은 러시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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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전지훈련부터 본선까지 장기 레이스다. 선수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게 되어 있다. 이 타이밍에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게 특식이다. 월드컵에 출전할 당시, '특식 타임'을 몇 번 가졌다.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보다는 파스타를 많이 먹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독일 문화에 익숙해 아직도 파스타를 많이 먹는다. 경기 전에 한국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한 느낌도 든다. 면은 소화도 잘된다. 지금도 밥보다 면을 좋아한다. 브라질에서 월드컵 중계를 하면서도 호텔에서 파스타를 계속 먹고 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는 대표팀 특식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반면 지금 태극전사들에게는 특식이 아주 중요하다. 한국을 떠난지 오래됐기 때문에 한 번씩 아주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선수들은 신난다. 기분이 '업(UP)'되어서 식당을 괜히 돌아다니면서 떠들곤 한다. 그동안 그랬다. 특식은 월드컵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제리가 전력을 숨긴것 같다
조별리그에서 알제리전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이 러시아에 지지 않으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중계를 준비하면서 알제리 경기를 많이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을 괴롭힐 만한 개인 능력을 갖춘 좋은 선수가 상당히 많다. 러시아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공격도 다양하다. 역습 속도도 빠르다.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 볼이 빨리 나간다. 러시아보다 더 '아이디어'가 많이 있는 팀이다. 빠른 역습에 대한 대비는 러시아가 잘하는 부분이다. 러시아 선수들은 한국에 볼을 뺏기자마자 자기 진영으로 빠르게 내려와서 수비 진영을 갖췄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러시아처럼 볼을 내준 순간 전환 속도를 빨리 가져가지 않는다면 알제리전에서 힘든 경기를 할 것 같다. 러시아 공격수보다 알제리 공격수가 더 빠르고 창조적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알제리가 벨기에전에서는 자기 모습을 숨기고 나온 것 같았다. 알제리 감독이 영리한 것 같다. 어차피 벨기에가 H조 최강이라는 생각에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국과 러시아전에 승부를 걸기 위해 벨기에전에서 몇몇 선수를 기용하지 않고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과 러시아전에서는 본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벨기에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올 듯 하니 대비해야 한다.
자신 있는걸 보여줘!
2차전의 중요성을 선수들 스스로 알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할 것이다. 따로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한가지, 월드컵을 즐겨야 한다. 러시아전에서 이 용(울산)이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수비수가 골을 먹을까봐 걱정하다 나가지 못한 것 같다. 월드컵이 당연히 중요한 경기이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디펜딩 챔피언'인 스페인도 떨어지는 게 월드컵이다. 잘하는 선수도 실수하는 게 월드컵이다. 그런 선수들과 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나.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하고 지켜보고 있지만 축구 경기에서 진다고 해서 죽을 죄를 짓는 게 아니다. 부담을 즐겼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대회를 즐겨라. 그리고 가진 것을 다 보여줘!"
스포츠조선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