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독불장군' 카펠로 감독과 두 얼굴의 러시아 선수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15:14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대표팀 감독은 '독불 장군'이다. 자신의 철학이 확고하다. 선수단 관리는 철저할수록 좋다는게 카펠로 감독의 생각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 중인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축구 이외에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금지, 아내 및 여자친구와의 만남 금지, 호텔 밖 외출 금지, 예정되지 않은 취재진과의 만남까지도 모두 금지시키고 있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 선수들을 가둬놓고 원하는 결과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때로는 이런 스타일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시절, '불륜 스캔들'에 휩싸인 존 테리(첼시)의 주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불화를 겪은 뒤 2012년 2월, 돌연 사퇴했다.

러시아 대표팀 운영을 두고도 러시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축구협회는 4년 재계약을 통해 카펠로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그의 독단적인 팀 운영 방식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많다. 러시아의 스포츠 전문지 R스포르트의 바라바시 타라스 기자는 "러시아에서 카펠로 감독의 재계약 문제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독불 장군' 카펠로 감독의 일방적 행보에 선수들도 잔뜩 움츠려 있다. 훈련장이 조용하다. 대화가 없다. 감독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 선수들의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카펠로 감독의 팀 운영에 불만이 상당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이투의 노벨리 주니어 경기장에서 훈련을 가진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러시아의 중앙 수비수 바실리 베레주츠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그러나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세상은 전혀 달랐다. 러시아의 공격수인 막심 카눈니코프(암카르 페름)는 카펠로의 엄격한 지도 방식에 대해 "나는 카펠로 감독의 지도방식이 좋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하게 만든다"며 옹호를 했다. 또 다른 공격수인 알렉산드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는 같은 질문에 "감독마다 스타일이 있다. 어떻게든 결과를 내면 된다"고 했다. 중앙 수비수인 바실리 베레주츠키(CSKA 모스크바)는 카펠로 감독의 든든한 오른팔을 자처했다. 그는 "감독의 방식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명장과 함께 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팀은 항상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인격도 상당히 좋아 나는 그가 하는 것을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훈련장에서는 불만가득한 얼굴로 묵묵히 훈련만 소화하던 이들이 카펠로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직접 나서 반박 의사를 밝히고 있다.

어쩌면 이런 카리스마가 클럽 감독을 맡은 16시즌 동안 7개의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명장'의 비결일 수도 있다. 러시아 선수들도 카펠로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뛸 준비가 돼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16강 진출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한국에 러시아대표팀의 내부 결속을 이끄는 카펠로 감독의 리더십마저 경계 대상으로 다가 오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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