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승' 알툴 감독이 '제자' 구자철에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09:28



다시 돌아온 K리그 무대. 2009년 10월, 제주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던 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의를 표한 뒤 꼬박 4년 만이다. 알툴 강원 감독은 "'이루지 못한 미션'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복귀 배경을 전했다. 그런 그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제주에서 2년간 지도했던 구자철을 회상했다. 소년 티가 남았던 20대 초반의 제자가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해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주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스승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자철, 4년 전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떠오른다. 같은 팀에 있었던 조용형이 등번호 4번을 달고 남아공월드컵 무대에 섰던 때, 최종 명단에서 탈락해 한국으로 돌아온 네 상실감이 걱정됐지. 그럼에도 이듬해 제주의 준우승을 이끈 뒤 독일로 진출했고, 이제는 월드컵 무대 바로 앞에 섰다. 정말 뿌듯하고, 감독뿐 아니라 인생 스승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해서 성공했다기보다는, 너 스스로 일궈낸 것이니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야.

당연히 네가 그렇게 성공할 줄 알았다. 훈련만 끝나면 나가 놀던 선수들과는 달리 혼자 남아 공부하던 모습을 여러 번 본 적이 있거든. 축구 지능이 뛰어난 데다 감독 말을 하나하나 경청할 줄 알았던 너의 성품은 지금도 이렇게 칭찬할 정도란다. 항상 말했지. 남들보다 차원이 다른 선수가 되려면 지금부터 다른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고. 그래야 네가 외국 나가도 적응을 빨리할 수 있다고. 그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나와 개인적으로 대화할 수준이 되었던 게 외국 생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을 거야.

5년 전, 강원 구단 창단 개막전에 함께 와서 지고 간 게 떠오른다. 잔디가 좋지 못해 패스 플레이가 엉망이었단 얘기를 서로 하곤 했는데. 당시 널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이 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공격으로 놓기보단 뒤에서 모든 걸 지켜보며 볼을 뿌려주는 것이 너의 능력치를 극대화할 방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스피드나 공격 성향보다는 테크닉 위주이기에 볼란치 자리에 놓고 흐름을 만드는 게 내가 지켜본 너의 모습이지.


지금은 포지션이 전진했다고 들었어. 강원에서 일하느라 최근 경기는 많이 지켜보지는 못했는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뛴다고. 홍명보 대표팀 감독님이 잘 지도하실 터라 조심스럽다만, 전해도 말했듯 그 포지션에서 뛰려면 예전보다는 훨씬 더 많이 뛰어 주고, 빨라져야 하고, 미리 생각해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게 도움이 될 거다. 독일 리그에서 뛰면서 수준 높은 축구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생존법을 익히면서 많이 발전했을 거라고 봐. 리그 수준만큼이나 너의 실력도 상당히 성장했겠지.

넌 축구 지능도, 축구를 보는 눈도 좋아서 나중에 감독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여기저기서 하곤 했단다. 그러기 위해선 월드컵처럼 엄청나게 큰 무대를 잘 관찰하고 오는 게 중요하겠지. 압박도 받고, 긴장도 해서 잔실수가 따를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 최대한 냉정하게 잘했으면 좋겠고, 독일에서 얻은 걸 모두 보여주고 오길 바란다."

* 알툴 강원 감독의 구술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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