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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각) 브라질 쿠이아바의 마투그로수연방대학 운동장. 1시간30분 간의 훈련을 마친 월드컵대표팀이 센터서클에 둥글게 섰다.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간단한 전달사항이 끝난 뒤 선수들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특유의 박수 2회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23명의 선수들만 남은 그라운드, 이들은 다시 원을 그렸다. 그리고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캡틴 구자철(25마인츠)의 짧은 한 마디가 끝난 뒤 '파이팅' 구호가 그라운드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지난달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월드컵대표팀이 소집된 이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태극전사들의 새로운 모습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월드컵대표팀을 바라보는 주변의 눈길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처럼 한국축구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튀니지, 가나전의 부진이 본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가나전 4골차 패배 뒤 비관론이 낙관론에 비해 좀 더 앞서는 형국이다. 홍명보호도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선수들 모두 "평가전 패배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주눅들 필요가 없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내부에서 반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피어오르고 있다.
홍명보호의 기치는 원팀(One Team)이다. 파주 첫 소집 뒤 한동안 원팀은 겉돌았다. 소속팀 일정에 따른 합류 지연과 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23명의 완전체가 된 게 지난달 25일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튀니지전과 미국 원정, 가나전 등 경쟁의 연속이었다. 틈틈이 소통하면서 하나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피말리는 경쟁과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이 주는 중압감은 원팀의 장애요소였다. 외풍도 부담감을 키웠다. 하지만 쿠이아바의 어깨동무로 이런 부담감을 훌훌 털었음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파이팅' 구호를 뒤로 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는 홍 감독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흘렀다. 손흥민(22레버쿠젠)은 "앞선 평가전 결과가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러시아전을 잘 준비해 반드시 반전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결전을 앞두고 원팀으로 다져진 홍명보호의 힘을 기대해 볼 만하다.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