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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집트→광저우→런던, 홍명보호는 위기를 즐겼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12 07:40


미국 전지훈련 엿새째를 맞은 2014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 홍명보감독이 6일(한국시간) 마이애미 세인트토마스대학교 경기장에서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브라질에 들어가기 전 시차와 고온의 기후 등을 적응하기 위해 마이애미에 훈련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9일까지 적응훈련을 마친후 10일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마치고 브라질로 떠난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06/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8강,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감독 홍명보가 걸어온 길이다.

단 한 차례도 실패는 없었다. 그래서 비단길만 떠올리는 팬들이 꽤 있다. 홍명보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에 0대1로 패한 데 이어 10일 가나에 0대4로 완패했다. 이제 브라질월드컵 실전만 남았다.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늘 위기를 즐겼다. 이집트와 광저우, 런던에서도 그랬다. 이집트에서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카메룬에 0대2로 패했다.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2차전 독일과의 경기서 곧바로 수술을 했다. 주전을 5명이나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용병술은 절묘했다. 독일과 1대1로 비긴 데 이어 미국과의 최종전에서 3대0으로 완승하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파라과이를 3대0으로 완파한 '리틀 홍명보호'는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나와의 8강전에서 난타전 끝에 2대3으로 분패했지만 누구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다.

광저우에서도 희비의 쌍곡선을 그린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극적이었다. 결승 진출 문턱인 4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를 만나 연장 혈투 끝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아팠다. 홍 감독은 당시 사령탑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반전이 있었다. 이란과의 3~4위전은 그의 시계를 다시 돌려 놓았다. 1-3으로 뒤진 후반 33분 갱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11분간 3골을 터트리며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사상 첫 올림픽 신화를 쓴 런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승2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홍명보호는 8강전에서 개최국 영국과 맞닥뜨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다.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축구 종가'를 정복했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0대3로 완패하며 기세가 꺾였다. 동메달결정전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모아니면 도였다. 일본에 패할 경우 공든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었다. 벼랑 끝에서 동메달 기적을 빚었다. 일본을 2대0으로 꺾고 한국 축구의 새 장을 열었다.

세상은 과정이 아닌 환희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홍 감독은 매 대회마다 고통과 동거했다. 결국은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13일 개막된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18일 오전 7시)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시작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걸어온 길을 잊지 않았다. 브라질에서 또 한 번 그들의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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