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0.05%' 태극전사, 월드컵은 23명만의 잔치가 아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11 07:29


2014브라질월드컵 대표팀 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10일 오전(한국시간)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 손흥민이 가나 보예의 수비사이로 슈팅을 날렸으나 막히고 있다.
미국에서 가나와 최종평가전을 치른
홍명보호는 12일 브라질에 입성해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0/

1%도 아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한 23명은 대한민국 축구의 0.05%다. 대한축구협회에 정식 등록된 아마추어 축구 선수는 4만898명이다. K-리그 클래식(1부·425명)과 챌린지(2부·323명)에는 748명이 포진해 있다. 4만1646명이다. 해외에 진출한 프로와 아마선수들까지 포함하면 4만2000명이 훌쩍 넘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선택받은 23명으로서는 '가문의 영광'이다. 월드컵에 출전하기까지 한계를 뛰어 넘은 노력과 눈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무한 책임도 동시에 져야 한다. 그들을 롤모델로 지금 이 시각에도 유소년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불혹이 넘은 선수들은 후배들이 누빌 월드컵을 곧 축구의 자존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대한민국은 축구 얘기로 요란했다. 탄식이 흘렀다. 절망과 좌절이 교차했다. 홍명보호가 미국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치렀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실전 점검 무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0대4, 완패였다.

전반 11분 만에 김창수의 패스미스로 균열이 일어났다.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43분에는 기본을 망각했다. 곽태휘가 볼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주변에 섰던 3~4명이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도 않았는 데도 파울로 예단하고 포기해 버렸다. 전반에 실수로 두 골을 허용했다. 후반 반전을 꿈꿨지만 공격은 활로를 찾지 못했다. 수비는 두 골을 더 내주며 허망하게 무너졌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투지마저 실종된 듯한 분위기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반응이 느렸다. 무언가를 보여줄 수 컨디션이 아닌 듯했다. 동적이 아닌 정적인 흐름이었다. 투혼을 발휘하는 감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로 끝일까, 4년을 기다린 팬들의 실망감은 크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갈 길이 남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브라질월드컵의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은 18일 오전 7시 열린다. 알제리와의 2차전은 23일 오전 4시,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27일 오전 5시 벌어진다.


러시아전까지 이제 일주일이 남았다. 월드컵은 태극전사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축제다. '0.05%', 자만의 늪에 빠져서는 안된다. 승부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지만 '최선'은 늘 간직해야 한다.

홍명보호는 12일 브라질에 입성한다. 실전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수 없다. 다만 가나전같은 무기력함은 월드컵에선 반복돼서는 안된다. 분명 더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정신 재무장이 필요하다. 패배를 잊고 할 수 있는 것은 꼭 하는 승부욕이 요구된다. 한발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 23명의 태극전사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될 부분이다.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출사표는 짧지만 강렬했다. "대표팀이 어려운 시기에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그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꼭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켜보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