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홍명보호, 가나전 포인트 '잃어버린 압박을 찾아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6-09 17:08


미국 전지훈련중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이 가나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9일 오전(한국시각)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가나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09/

'잃어버린 압박을 찾아라!' 가나전의 키워드다.

현대축구에서 압박의 중요성은 더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브라질, 스페인 같은 월드클래스팀도 전방위적 압박을 펼친다. 라인을 상대 진영까지 끌어올리며 압박을 가해 볼을 뺏은 뒤 곧바로 그 지점에서 공격에 나서는 것이 요즘 축구의 추세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축구에도 압박이 자리매김했다. 차이가 있다면 압박의 형태다. 개인기량에서 한수위인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2~3명이 에워싸는 압박을 주로 구사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 사이의 간격과 90분 내내 압박을 유지하는 체력의 밸런스가 대단히 중요하다. 셔틀런, 코어 트레이닝 등 체력훈련이 강조된 이유다. 한국형 압박은 국제무대에서 큰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예가 홍명보 감독이 썼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다.

홍 감독은 누구보다 압박을 잘 활용하는 감독이다. 앞선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해 상대가 쉽게 공격작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마인츠)과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우(광저우 부리)를 축으로 시종 상대를 압박했다. 측면 공격수들과의 간격 유지도 좋았다. 압박이 원활히 이루어지자 공격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세밀한 공격작업보다 역습을 강조하는 홍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압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월드컵대표팀 역시 같은 색깔을 장점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튀니지와의 국내 최종 평가전에서는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에서 압박이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수비까지 흔들렸다. 소수 인원을 활용한 상대의 빠른 역습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탄력을 받은 상대 공격진과의 1대1 상황을 막기란 쉽지 않다. 결국 부실한 수비는 압박 부재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론 변명은 있다. 부상을 우려해 선수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훈련 여파도 있었다. 홍 감독은 "튀니지전은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도 좋지 않았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바깥에서 보기에도 무거운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파주 훈련에서 민첩성이나 파워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가나전은 말그대로 최종 리허설이다. 우리의 장점을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 공격수가 볼을 뺏긴 지점에서 곧바로 압박을 가하는지, 그 사이 미드필더가 내려와 위치를 잡는지, 수비라인과 간격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얼마나 약속된 모습으로 압박을 가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압박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공격과 수비의 패턴도 볼 수 있다. 조직적인 압박능력은 하루, 이틀 사이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가나전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를 보여야 한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가능성 여부의 바로미터는 가나전에서 펼칠 홍명보호 압박의 완성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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