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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포토스토리] 추억의 2002, '진공청소기' 김남일 편

김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4-06-06 06:36 | 최종수정 2014-06-06 06:36


'진공청소기' 김남일이 2002 한일 월드컵 미국전에서 거머리 수비로 상대편을 괴롭히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 축구 역사의 가장 큰 영광이자 환희였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축구 강호를 연파하며 4강이라는 기적 같은 신화를 이룩했다. 히딩크의 걸작품 중 하나로 김남일을 꼽을 수 있다.


부평고교 1학년 때 축구가 힘들다는 이유로 가출했다가 부친의 눈물의 설득 끝에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다시 시작한 김남일은 1995년 제34회 봄철 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이듬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표팀(U-19) 선수로 활약하며 전승으로 제30회 아시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2002년 미국에서 열린 골드컵에서 김남일은 동갑내기 이영표(왼쪽)와 함께 미드필더를 이끌었다.

월드컵을 앞둔 2002년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이동국과 김남일이 여가를 틈타 사진기자들의 디지털카메라로 서로를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인 김남일은 반칙만 잘하고 정교한 패스 등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저평가를 받았지만 2001년 8월 유럽 전지훈련을 앞두고 깜짝 발탁되었다. 김남일은 스페인 전지훈련 기간 열린 핀란드전에서 완벽한 플레이로 2대 0 승리를 도와 히딩크 감독을 놀라게 했다.
2002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김남일은 슈퍼스타 지단(레알 마드리드)을 무용지물로 만들며 어느새 대형 선수의 반열에 우뚝 섰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과 강한 압박 능력, 상대를 마크하면 거머리처럼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근성과 투지로 김남일은 '진공청소기'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과의 예선 첫 경기를 앞둔 폴란드는 김남일을 뚫어야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략법 연구에 공을 들이기까지 했다. 김남일은 폴란드의 전술을 비웃기라도 하듯 특급 골잡이 에마누엘 올리사데베를 완벽하게 차단, 한국이 월드컵에서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두는 데 이바지했다.



미국 및 포르투갈전에서도 상대 공격수들에 좀체 공격 루트를 열어주지 않던 김남일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예의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를 선보였으나 발목을 접질리는 상처를 입었다.


김남일의 또 다른 별명은 '반칙왕'이다. 조별예선과 16강전까지의 4경기에서 모두 14개의 파울을 기록, 팀 내에서는 가장 많고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남일은 2002 월드컵을 통해 소녀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약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김남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압박 축구를 주 무기로 한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 될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이 월드컵 첫승에 이어 4강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도 김남일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상대 플레이메어커와 최전방 공격수까지 꽁꽁 묶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땀과 눈물의 대가로 별 볼 일 없는 선수에서 '버팀목'으로 성장한 김남일을 비롯해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중심으로 거듭났다. 12년인 지난 2014년 현재, 몇 남지 않은 현역 선수인 김남일과 브라질 월드컵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 안정환-이영표-송종국 해설위원,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 등 K리그의 중심에 서거나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며 한국 축구를 한 발 더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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