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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전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부상 정도가 괜찮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송준섭 대표팀 주치의 진단 결과 홍정호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 발목이 아니라 발등쪽에 약간의 통증이 있다. 병원으로 가지 않고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홍정호는 튀니지전에서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4분 볼처리를 하다 튀니지의 공격수 이삼 제마의 태클에 쓰러졌다. 왼발목이 꺾였다. 홍정호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얼굴을 감싸쥔 채 일어서지 못했다. 곁에서 홍정호의 상태를 지켜보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벤치를 향해 더 이상 뛰기 어렵다는 'X '표시를 했다. 그라운드로 뛰어 나간 대표팀 의무진 역시 홍정호의 부상이 심하다는 신호를 벤치로 보냈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고개를 떨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벤치에 대기하고 있던 곽태휘(알힐랄)를 긴급 호출해 교체투입시켰다.
홍 감독은 홍정호와 김영권(광저우 헝다)으로 중앙 수비를 꾸릴 계획이다. 2년 전 부상으로 런던올림픽에 낙마했던 홍정호 개인에게도 다행스러운 결과다. 확실한 주전 수비수라는 평을 듣던 홍정호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무릎 십자 인대를 다쳤다. 런던올림픽행이 좌절됐다. 동료들이 동메달 신화를 쓰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 했다. 홍정호는 재활에 성공하며 한국인 최초로 빅리그에 진출한 센터백이 됐다.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은 당시의 아픔을 씻을 좋은 기회였다. 홍정호는 파주에 입성하며 "올림픽도 당연히 갈줄 알았다.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계속 나를 짓눌렀다. 덕분에 집중하며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며 "브라질땅을 밟기 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칫 주전수비수의 부상이라는 뜻하지 않은 악재를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뻔 했던 홍명보호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