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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과 함께 인생 2막 오른 '사커대디' 박성종씨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5-23 08:25



'사커대디'는 아들이 뛰는 경기를 참 많이 봤다.

끝은 없어 보였다. 모든 것이 시작이었고, 도전이었다. 환희에 젖었다. 9년 전 PSV에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렸을 때, 2005년 7월 맨유 유니폼을 입고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1호로 영국 무대를 밟았을 때, 그 해 10월 18일 릴(프랑스)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아시아 출신으로 맨유의 첫 주장 완장을 찼을 때, 그 해 12월 버밍엄시티와의 리그컵 경기에서 영국 진출 이후 첫 골을 신고했을 때, 2007년 맨유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을 때 등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아들이 1991년 세류초 4학년 때부터 신었던 축구화를 벗게 됐다. 언제나 아들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봤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도 함께했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56)는 박지성이 선발 출전한 PSV에인트호벤 코리아투어 1차전을 지인들과 지켜봤다.

이날 박성종씨는 경기전에 아들과 나눴던 대화를 전했다. "현역 은퇴는 이미 네덜란드에서 했다. 이번 경기는 이벤트성이지만, 지성이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지성이도 자신의 고향인 수원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고 싶다고 하더라."

"시원섭섭하다"는 박성종씨였다. 그럴만도 했다. 은퇴를 만류했다. 1년만 더 버텨주길 바랐다. 그러나 아들은 마지막을 택했다. 박성종씨는 "90분을 뛸 수 있을 때 물러나고 싶다는 말에 더 이상 붙잡지 못했다. 밀려나듯 떠나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지성이 말대로, 아름답게 물러난게 잘한 결정인 것 같다"고 했다.

박성종씨는 23년간 헌신적으로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아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키웠다. 아직 미션이 끝난 것은 아니다. 축구행정가로 '제2의 축구인생'을 살길 원하는 아들에게 또 다시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박지성과 함께 '사커대디' 박성종씨의 미래도 2막이 올랐다.

수원=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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