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우리가 책임진다' 홍명보호 지원스태프 5인 열전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08 07:46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홍명보호의 그림자 역할을 할 신동수 관리팀장, 차윤석 장비담당관, 김형채 조리장, 황인우 의무팀장, 채봉주 비디오분석관(왼쪽부터0이 7일 파주NFC 선수단 숙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홍명보호를 이끄는 것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뿐만이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서 결과를 내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동과 훈련, 경기 준비, 식사 등을 책임지는 지원스태프가 없다면 승리도 이룰 수 없다. 선수단의 그림자인 지원스태프는 한국 축구 새 역사의 감초이자 그림자를 자처해왔다. 지원스태프들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이미 시작됐다.

박주영의 속옷, 모양부터 다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되어 본선 담금질에 들어간다. 30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10일 간의 훈련을 거쳐 6월 11일(한국시각)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과수에 입성한다. 쿠이아바(6월 18일·러시아)와 포르투알레그리(6월 23일·알제리), 상파울루(6월 27일·벨기에)에서 본선 조별리그 H조 일정이 펼쳐진다. 선수 23명 외에 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장비, 의무, 조리, 전력분석 등 지원스태프, 단장 등 임원까지 선수단 규모는 50여명에 달한다. 지원스태프는 선수단의 손과 발이 되어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차윤석 장비담당관(36)은 가장 바쁜 지원스태프다. 선수단이 쓸 의류와 장비 리스트 체크는 기본이다. 사이즈 뿐만 아니라 각자 선호하는 의류 스타일이 달라 준비에 소홀할 수가 없다.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공수하는 의류, 장비는 가방 70개, 무게 3.5톤에 달한다. 선수들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수 있는 10년차 베테랑에게 월드컵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차 담당관은 "박주영은 언더웨어를 변형해 입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모 선수는 상하의 사이즈를 다르게 착용해 매번 체크를 한다"고 숨은 비화를 풀어놓았다. 그는 "남아공 대회 때는 유니폼 프린팅이 잘못되어 첫 경기 전에 새 유니폼을 현지로 부랴부랴 공수했던 기억이 난다"며 "내가 준비한 유니폼을 입고 뛸 선수들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비디오 분석 마니아

채봉주 비디오분석관(34)은 다소 느긋하다. 본선 맞상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가 지난해 2월부터 치른 경기 영상을 편집해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이미 전달해놓았다. 팀당 11~12경기의 영상을 전후반 90분 뿐만 아니라 세트플레이, 선수별로 정리했다. 핵심분석을 위해 잠자리를 반납하기 일쑤다. 취침시간은 하루 3시간 정도다. 12일 대표팀이 소집되면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채 분석관은 "홍 감독은 훈련 영상도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엔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영상을 자주 요청하는 편"이라며 "손흥민이 영상을 자주 요청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본인의 플레이 뿐만 아니라 전체 경기 영상도 자주 요청한다"고 귀뜸했다.

황인우 의무팀장(41)은 신경이 곤두 서있다. 본선 전까지 부상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주영 박주호 박종우 기성용 등 소집 전부터 부상한 선수들의 숫자가 많아진 게 달가울 리 없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본선 전이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큰 증상은 아니다. 소집 훈련 중 부상하면 손을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500여개의 약품과 장비로 총력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황 팀장은 "수비수는 타박상, 윙어는 염좌, 골키퍼는 어깨나 손 등 포지션에 따라 부상 부위나 빈도도 제각각"이라며 "런던올림픽 때보다 150여개 물품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전 필승메뉴는 '된장국'

신동수 파주NFC 관리팀장(43)에게 브라질월드컵은 남다르다.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 때 파주의 문을 두드린 새싹들이 홍명보호의 주축으로 월드컵 무대에 나선다. 감회가 새로울 만하다. 신 팀장은 국내 최고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자랑하는 파주NFC 청룡구장(A대표팀 전용 연습구장) 잔디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브라질 현지 잔디가 무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실력발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잘 해내리라 믿는다"고 했다.

선수들의 '밥심'은 김형채 파주NFC 조리장(41)이 책임진다. 남아공 대회와 런던올림픽에서 김치찌개, 청국장, 열무비빔밥 등 '특별식'으로 최상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했다. 선수들의 간식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 600줄을 혼자 만든 일화도 '전설'로 남아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대표팀 소집 당일부터 16강 통과 시점까지 메뉴 준비를 마무리해놓았다. 조리복에 태극마크와 대한축구협회(KFA) 엠블럼을 달 정도로 대표팀에 애착이 크다. 김 조리장은 "태극전사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진다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선수들이 식사를 마친 뒤 일제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는 무안하면서도 작은 희열을 느낀다"고 웃었다. 브라질월드컵 16강행의 명운이 달린 러시아전 경기 당일 김 조리장이 내놓을 '필승 메뉴'는 된장국이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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