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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18번' 고무열, 야성에 눈을 떠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02 08:20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 18번'의 상징성은 크다.

영광이다.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었던 황선홍 포항 감독이 현역시절 달았다. 황 감독은 포항에서 6시즌 동안 63경기에 나가 47개의 공격포인트(31골-16도움)를 쏘아 올렸다. 잦은 A대표팀 차출과 부상 등 걸림돌이 많았다. 그러나 야수의 본능을 잠재우진 못했다. 포항은 황선홍을 앞세워 초대 FA컵 우승(1996년)과 아시아클럽선수권(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연패(1996~1997년)의 금자탑을 쌓았다. 18번은 포항 에이스의 상징이자 역사가 됐다.

당연히 후계자의 자리는 부담이 컸다. 2011년 황 감독이 포항에 부임한 뒤 18번을 달겠다고 나선 선수가 선뜻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황 감독이 부임 후 지목한 새 18번은 당시 신인으로 선수단에 막 합류했던 고무열이다. 2011년 시즌 전 연습경기서 11골을 넣으면서 폭발적인 골감각을 과시했다. 스승은 제자에게서 킬러 냄새를 맡았다.

데뷔 후 4년이 흘렀다. 고무열의 현재는 어떨까. 겉으로 보이는 활약은 나쁘지 않다. 3시즌 연속 풀타임 활약했다. 올 시즌 1일 현재까지 통산 110경기에 나서 25골-15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해마다 득점은 줄고 있다. 두 자릿수 득점은 데뷔시즌인 2011년(10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에는 K-클래식 9경기에 나서 1골-1도움 뿐이다.

누구든 제로톱으로 나설 수 있는 포항의 공격전술상, 고무열의 득점은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제로톱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스가 고무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왼쪽 측면에 주로 포진하는 고무열은 인사이드로 치고 들어가 득점을 마무리하거나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에 찬스를 열어주는 게 주임무다. 그런데 마무리 작업인 슈팅이 아닌 패스에 집중하다보니 스스로 기회를 날리는 경우도 많다. 완벽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과감해져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황 감독은 패스를 경계했다. "패스축구가 주 전술이 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패스에 너무 도취 되어서도 안된다." 변칙적인 움직임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패스도 결국엔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황 감독은 "타이밍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야 할 때가 있다. 패스로 기회를 만들 수는 있지만, 밀집된 상대를 깨기 위해선 슈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무열의 기량과 잠재력에 대해선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슈팅 문제는) 본인도 노력하고 있다. 한 단계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포항의 18번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은 자부심 뿐만 아니라 책임도 뒤따름을 뜻한다. 승부를 가르는 골을 책임져야 하는 고무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타심이 아닌 야성(野性)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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