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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전북-포항, ACL서는 누가 웃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02 08:19


◇포항 김승대가 지난 2013년 10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에서 김상식과 볼을 다투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쯤되면 악연이다.

아시아 정상 재등극을 노리는 전북과 포항이 또 외나무 다리서 만났다. 전북과 포항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을 치른다. 전북은 본선 조별리그 G조 2위, 포항은 E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해 아시아 무대에 나선 이들이 결선 토너먼트 초입인 16강에서 만난 게 얄궂다. 피할 수 없다면 넘는 수밖에 없다. 양 팀은 6일 1차전과 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갖는 2차전을 통해 8강 진출팀을 가린다.

전북과 포항은 지난해부터 사사건건 충돌했다. 2013년 10월 19일 FA컵 결승전이 시초다. 홈팀 전북은 포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라는 평을 듣고도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넘겨줬다. 포항은 이 승리를 계기로 클래식에서도 바람몰이를 하며 더블(2관왕)에 골인했다. 올해도 악연은 이어졌다. 엄청난 전력 보강을 하면서 '절대1강'으로 평가받았던 전북은 리그 2연패 뒤 가까스로 1승을 건진 포항을 잡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선제골 뒤 내리 3실점을 하면서 무너졌다. 전북은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고, 포항은 연승을 내달리며 클래식 선두로 올라섰다. 맞대결은 전북엔 악몽이자, 포항에겐 좋은 추억이다.

포항은 2011년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전북과의 13차례 맞대결에서 9승(1무3패)을 수확했다. 최근 전적에서도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FA컵 결승전 승부차기 승은 무승부로 처리) 중이다. 위기 때마다 보약이 됐다. 그러나 전북은 언제든 포항을 잡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트리플 스쿼드'로 불리우는 탄탄한 선수층과 최강희 감독의 팔색조 전술, 정신적 지주이자 믿을맨인 이동국의 대포가 내는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전북은 이번 ACL을 통해 악연 청산을 노리고 있다. 최 감독은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결과가 안 좋았다. FA컵에서도 아픈 기억이 있다"면서도 "어차피 결승에 진출하기 전에 한번은 만나야 하는 팀이다. 오히려 일찍 만난게 좋다. 준비를 잘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주포 이동국의 다짐에는 날이 서 있다. "포항에게 지난 패배의 복수를 할 것이다." 황 감독의 표정은 차분하다. "전북은 좋은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고 조직적으로도 훌륭한 팀이다. 철저히 대비할 것이다." 포항 선수단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주장 황지수는 "사실 광저우와 맞붙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얼마나 강한 팀인지 맞붙어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전북의 필승다짐에) 우리도 자극이 된다. 전북을 만나면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양팀 프런트 간의 대리전은 이미 시작됐다. 홈팀 전북은 원정팀 포항에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74㎞가 떨어진 대전 유성을 선수단 숙소로 알선했다. 경기를 전후해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여파로 숙소가 동이 났다는 게 이유다. 포항은 지난해 FA컵 결승전 당시에도 유성에서 전주를 오가며 경기를 준비했다. 일부에선 '숙소는 연습장 및 경기장에서 차량으로 30분 이내 거리여야 한다'는 ACL 운영 규정과 저촉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를 두고 전북 구단 관계자는 "멜버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기 두달 전부터 숙소를 준비했지만, 행사와 겹쳐 어쩔 수 없었다. 담당자가 최선을 다했고 원정팀을 배려한 차선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저간의 사정을 전달하고 대전에 공식 숙소를 정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항 측에선 "우리도 똑같은 조건으로 맞추면 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팀이다. 맞대결 마다 극명한 희비 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쓰였다. 이번에는 과연 누가 웃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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