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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 게 터졌다.
포항 서포터스의 불만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구단의 행보가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포항은 최근 두 시즌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수 년간 누적된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절감이라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에 돌입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 등 FA신분을 얻은 고액 연봉자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팬들은 "점점 치열해지는 리그 환경과 역행하는 행위다", "구단을 위해 공헌한 선수들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느냐" 등의 주장을 펴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전개되던 사장 퇴진 운동은 이제 홈 경기 서포터스석에서 전개되고 있다. 서슬퍼런 대립 속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사장 만이 압박 받는 게 아니라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어수선해 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통이다. 구단과 팬들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단은 적자의 실체와 이를 타개할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 숨긴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해만 키울 뿐이다. 팬들은 무한 생존경쟁 체제인 리그의 현실을 봐야 한다. 장기 불황으로 쓰러지는 기업의 현실은 프로구단도 피할 수 없다. 굴지의 모기업이 수백억원의 적자를 눈감아주는 시절은 지났다. 법인 체제로 전환한 구단들 모두가 자생법을 고민 중이다. 이상 대신 현실을 봐야 한다.
양측이 당장 대화에 나설 지는 불투명 하다. 감정의 골이 워낙 깊다. 하지만 소통부재는 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의 역사와 명가의 위상을 추락시킬 수도 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