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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의 1.5군 전력은 딱 2%가 부족했다. 수비 불안과 체력적 한계에 발목을 잡혔다. '살인 일정'이 전북의 3연승을 막아선 장벽이 됐다.
전북이 12일 호주 멜버른 도크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G조 2차전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위력만큼 '닥수(닥치고 수비)'가 이름값을 하지 못하며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경기 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워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전력을 선보였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ACL 1차전,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모두 3대0의 대승을 거뒀다. 멜버른 원정의 가장 큰 적은 피로 누적이었다. 최 감독은 경기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팀이 자신감을 얻고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8일 경기 후 장거리 이동을 했다. 피곤해서 체력적인 문제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 초반부터 전북은 '닥공'을 앞세워 경기를 지배했지만 실점을 먼저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올시즌 처음 가동된 윌킨슨-이강진의 중앙 수비 조합이 세트피스에서 멜버른에 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31분 프리킥 상황에서 안셀에게 뒷공간을 내주며 선제 헤딩골을 내줬다. 전북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레오나르도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얻은 간접 프리킥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전반을 0-1로 뒤진채 마친 전북의 닥공은 후반에야 비로소 되살아났다. 그 중심에 '라이언 킹'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은 후반 31분과 34분에 연속골을 뽑아내며 전북에 리드를 선사했다. 이승기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리바운드 볼을 따내 동점골을 만들었고, 3분 뒤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올시즌 마수걸이 골과 동시에 첫 멀티골이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후반 막판 체력이 고갈되며 수비 집중력도 동시에 떨어졌다. 멜버른의 단 한번의 역습에 수비진이 무너지며 후반 36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원화를 통해 '살인일정'을 극복하려던 최 감독의 '최상의 시나리오'에도 금이 가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