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딱 4골 먹기 좋은 경기력'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연이은 수비 실수에 결국 자멸했다. 토트넘이 9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에서 4-0으로 완패했다. 승점 턱걸이로 4위를 노린다고 해도 '0'에 그친 골득실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렇게 올해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꿈이 저물어 간다.
수비 균열의 기미는 경기 시작부터 보였다. 벤탈렙-산드로 중원 라인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범위, 즉 토트넘 중앙 수비 바로 앞공간에서 문제가 생겼다. 최종 수비 카불-도슨 라인은 뒷공간을 노출하면서까지 과감히 전진했는데, 여기에서 확실한 커팅이 따르지 않아 자동문 수비가 되고 만다. 앞으로 나오는 타이밍이 어긋난 탓도 있지만, 원터치로 돌려 놓는 첼시 공격진의 패스가 워낙 좋았다. 볼이 뒤로 흘렀을 때, 슬금슬금 들어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파괴하던 에투의 능력은 기가 막힐 정도. 볼 처리 실수까지 덮쳤던 토트넘은 골키퍼 요리스가 굉장히 바빠졌다.
다행히 실점을 피한 토트넘은 안정을 찾아간다. 아데바요르가 폭넓게 움직이며 피지컬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첼시 진영에서 공격이 끊겨도 큰 문제는 없었다. 팀 전체가 처져 있던 상대는 역습을 시작하는 첫 패스가 너무나도 부정확했다. 토트넘은 벤탈렙-산드로가 수비 전환 시 패스 유입로를 재빨리 차단했고, 페널티박스로부터 먼 지점에서 파울로 흐름을 끊어놨다. 첼시는 속공은 물론 지공 상황에서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하프타임에 램파드 대신 오스카를 투입해 마티치-하미레스의 3선, 아자르-오스카-쉬얼레의 2선을 구축하며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데, 정작 승부를 가른 답은 따로 있었다.
후반 11분에 나온 첫 골, 베르통헌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어쩌면 카일노튼의 횡패스부터 심각했다. 팀 전체가 공격으로 올라서던 중, 이 패스 하나는 토트넘의 공격 템포를 다 잡아먹었다. 그뿐 아니다. 수비로 전환하던 첼시가 다시 밀고 나오면서 압박할 빌미까지 제공했다. 백스텝을 밟아 볼을 잡아둔 베르통헌은 앞 공간으로 드리블을 쳐볼 법도 했으나, 쉬얼레와의 속도전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게다가 공간을 파고든 동료가 없어 앞쪽으로 볼을 보내기도 어려웠다. 이미 볼을 터치할 때 에투, 오스카, 쉬얼레의 접근을 인지했고 백패스로써 요리스의 왼발 킥을 노린다는 계산이었지만, 결국 에투로 향하는 '패스의 오답'을 내고 만다.
토트넘의 실수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두 번째 실점 장면 역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끊겼을 때, 대응법이 잘못된 결과였다. "라인업(line-up)"을 외치며 앞으로 나올 때에는 수비 리더의 확실한 리딩으로 라인을 맞춰야 했다. 카불이 늦게 나오며 수비 라인을 재정비하거나, 도슨이 빨리 나와 오프사이드 라인을 조금 더 윗쪽에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이 작업이 안 됐을 때 뒷공간은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순간의 실수는 퇴장-PK실점으로 이어진다. 시구르드손 대신 파울리뉴가 투입됐지만, 도슨까지 부상으로 나오며 사실상 판 전체가 깨졌다. 프라이어스-베르통헌-산드로-카일노튼의 플랫 4는 상대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2-0 상황에서도 여전히 공격 욕심을 냈다. 하지만 양 측면 수비가 위로 전진할수록 측면을 견제할 힘은 떨어졌다. 중앙 수비는 에투를 잡느라 넓게 벌리지 못했고, 그 결과 측면 뒷공간을 파고드는 첼시에 속수무책 당했다. 중앙 수비로 급히 파견된 산드로는 몸개그성 실수로 수비 붕괴의 방점을 찍었고, 카일워커의 백헤딩은 아름다운 어시스트가 됐다. 이 두 번의 실수는 교체 투입된 뎀바 바에게 1분 만에 두 골을 안겼고,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퇴장하는 무리뉴의 조기 퇴근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