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러시아, 약점도 분명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3-06 07:39


◇러시아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린(가운데)이 5일(한국시각)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의 쿠반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르메니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1분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크라스노다르(러시아)=ⓒAFPBBNews = News1

홍명보호의 본선 첫 상대인 러시아가 4개월 만에 다시 선을 보였다. 장점과 단점은 분명했다.

러시아는 5일(한국시각) 크라스노다르의 쿠반 스타디움에서 가진 아르메니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0으로 완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월 랭킹 22위 러시아는 30위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시종일관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본선 진출국 다운 위용을 뽐냈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아르메니아전을 시작했다. 최전방 원톱에 알렉산데르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을 세웠고, 좌우 측면에는 알렉산드르 사메도프(30·로코모티프 모스크바)와 유리 지르코프(31·디나모 모스크바)를 포진시켰다.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로만 시로코프(33·크라스노다르)를 세웠고, 데니스 글루샤코프(27·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 빅토르 파이줄린(28·제니트)에게 더블 볼란치 자리를 맡겼다. 포백 라인에는 안드레이 예슈첸코(30·안지)와 세르게이 이그나세비치(35), 바실리 베레주츠키(32·이상 CSKA모스크바), 드미트리 콤바로프(27·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나섰다. 골문은 이고르 아킨페예프(28·CSKA모스크바)가 지켰다.

지난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치른 한국과의 평가전과 비교하면 선발 11명 중 6명이 교체됐다. 한국전에 이어 다시 선을 보인 선수는 사메도프와 시로코프, 파이줄린, 이그나세비치, 콤바로프 5명이었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판이했다. 카펠로 감독이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전반 21분 코코린의 선제골에 이어 전반 43분 콤바로프의 페널티킥 추가골까지 얻으며 2-0으로 앞서가자, 후반 시작과 동시에 4명의 선수를 바꾸며 실험에 방점을 찍었다. 주도권은 계속 쥐었지만, 전후반의 긴장감은 차이가 났다.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원톱 코코린이었다. 중앙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 센터서클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폭넓은 활동량을 선보였다. 특히 2선 공격진과 주고받는 2대1 패스 뒤 빠르게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면서 잇달아 찬스를 만들어 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된 베테랑 공격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2·제니트)와도 좋은 호흡을 선보이면서 카펠로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사메도프 역시 전반 막판 상대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해내며 주목을 받았다.

공격진의 최대 강점은 조직력이었다. 전원 국내파의 특성을 십분 살렸다. 패스도 인상적이었다. 상대 수비수가 자리를 잡으면 주저없이 방향을 전환하면서 틈을 노렸다. 좁은 공간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패스를 돌리다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로 활로를 개척했다. 전반 21분 코코린의 선제골 장면이 예술이었다. 아르메니아 수비진이 겹겹이 서 있는 공간을 짧은 패스 4번으로 무너뜨렸다. 코코린을 시작으로 2선의 시로코프와 사메도프를 차례로 거쳐 문전 쇄도하던 코코린이 마무리를 지었다. 지난해 11월 평가전에서 유사한 장면으로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했던 홍명보호가 다시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장면이었다. 다만 패스의 세기가 후반전 들어 급격히 처진 부분은 참고할 만하다.

중앙 수비에서 약점이 두드러졌다. CSKA모스크바의 중앙수비 듀오 이그나세비치와 베레주츠키는 상대 역습에 잇달아 공간을 허용하면서 느린 발을 숨기지 못했다. 전반 중반 상대 돌파에 허둥댔다. 후반 8분에는 상대 압박에 패스 공간을 찾지 못하다 볼을 빼앗겨 슛까지 내주는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콤바로프의 프리킥과 사메도프의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 장면에서는 날카로움이 떨어지면서 우세한 체격을 살리지 못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상대 압박시 2~3명이 거리를 좁히는 장면이 나왔지만, 느린 스피드 탓에 빠른 돌파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태클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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