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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못넣는 공격수를 키워보는 것도 재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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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로 밀리게 된 위기상황,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지동원 카드'를 빼들었다. 후반 25분, '24번' 지동원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지동원이 들어서자 클롭 감독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알듯말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불과 2분 후인 후반 27분 지동원의 머리가 번쩍 빛났다. 안드레 한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전광석화같은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컴백' 동점골이었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두 팔을 번쩍 치켜올렸다. 클롭 감독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동원은 2년 연속 임대영입을 통해, 갇힐 뻔한 축구 인생을 열어준 바인지를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동시에 카가와 신지, 레반도프스키, 괴체를 키워낸 클롭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지난해 5월18일 그루이터퓌르트전 골 이후 무려 8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2대2 스코어가 굳어지는 순간, 클롭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동원의 '비수'는 쓰라리면서도 달콤했다. 비록 눈앞의 승점 3점은 날아갔지만, 감독에게나 도르트문트 홈팬들에게나 6개월후 '꿀벌 유니폼'을 입을 '스트라이커' 지동원의 활약이 내심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후반기 첫경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여 도르트문트 팬들 앞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경기 종료 직후 지동원의 골 장면을 메인화면에 내세웠다. '지(Ji)가 도르트문트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지동원은 '골 못넣는 공격수'가 아니었다. 클롭 감독 앞에서 '골 제대로 넣는 공격수'임을 입증했다. '골 좀 넣는 공격수'를 키우는 일은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