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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붉은 수수밭'의 장예모 감독이 연출했다. 엄청난 스케일로 대륙의 역사와 자부심을 웅장하고 아름답게 녹여낸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2012년 판타지같은 무대와 영국적인 퍼포먼스로 세계를 감동시킨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시작과 끝을 수놓을 개·폐막식 청사진에 대해 임권택 감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주 재밌는 대회로 치러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에서 IT 강국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장 진 등 젊은 감독의 창의성이 굉장히 돋보일 것이다. 그런 창의성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개폐회식을 만들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화합과 배려, 참여의 정신을 강조했다. "아시안게임에는 45개국이나 되는 많은 나라가 참여한다. 이전 대회들을 보면 강대국, 힘센 나라들만 잘 보이고, 약소국은 늘 묻혀서 보이지 않았는데 작은 나라까지도 다같이 잘 보이는 정에 넘치는 대회를 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총연출을 맡은 장 진 감독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함께 이야기했다. "장예모, 대니 보일 감독에 이어 임권택 감독님이 총감독을 맡으시면서 마치 개막식이 '국가대항전'처럼 됐다"며 웃었다. "영화감독들이 메가 퍼포먼스를 연출해야 하는 것처럼 유행이 돼 심적 부담이 크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적, 인적 자원으로 밀어붙이는 것에는 열악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잘하는 걸로 머리를 써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스타디움 퍼포먼스가 꼭 돈이나 크기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스포츠 퍼포먼스에서 보고 싶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인천과 인천시민들이 만들어내는 대회''약소국에 대한 배려' '서로를 존중하며 아시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대회'임을 느끼게 하는 개·폐회식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세상에 없던, 따뜻한 IT 개·폐막식을 꿈꾼다. 기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아시아를 움직이고 감동을 빚어낼 계획이다. 최상의 아이디어를 위해 모든 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없다. 아직도 20% 정도는 될까말까한 것을 놓고 실험중"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사람의 힘, 결국엔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어떻게 조정해 감동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