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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는 감독교체의 매서운 한파가 불었다. 무려 9명의 감독이 옷을 벗었다. 본격적인 승강제 시대에 따른 슬픈 자화상이었다.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지난시즌만큼의 광풍은 아니지만 여전히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2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고, 그룹B 팀들 위주로 추가 변화가 예상된다. 스타트는 백종철 대구FC 감독이 끊었다. 백 감독은 11월30일 경남FC와의 최종전에서 0대0으로 비겨 강등이 확정된 후 곧바로 사임했다. 백 감독은 "대구시, 구단이 선수들 지원 부분은 확실히 해줬으나 감독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더 이상 대구의 감독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을 했다. 책임을 지겠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두번째 주자는 김호곤 울산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4일 남산 서울클럽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시즌 우승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령탑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울산과 계약을 1년 연장했던 김 감독은 재계약 의사를 포기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올시즌 우승문턱에서 눈물을 흘렸다. 1일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종료직전 김원일에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결국 포항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패배의 후유증은 컸다. 김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대구와 함께 강등이 결정된 대전 시티즌은 조진호 수석코치의 감독 선임 여부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대전은 현재 감독직이 공석이다. 최종전을 앞두고 10월 초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떠난 김인완 감독의 사표가 수리됐다. 조 코치는 감독대행으로 대전을 이끌며 막판 5승1무의 뛰어난 성적표를 남겼다. 강등은 막지 못했지만, 분명 인상적인 지도력이었다. 명분은 충분하다. 조 코치도 내년 시즌 대전의 지휘봉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지역 정서가 변수다.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감독들의 이름이 들리고 있다. 예상 밖의 그룹B 추락을 경험한 제주 유나이티드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는 박경훈 감독으로 다음 시즌을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명확한 재신임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박 감독과 제주의 계약기간은 2015년까지다. 제주는 일단 코칭스태프를 전격 교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