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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K-리그, 화려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마지막은 기적이었다. 포항이 극적 반전을 만들었다.
모두들 최선을 다했다.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올시즌, 이렇게 극적이었다. 스플릿으로 나뉘던 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가 쓰여졌다. 시즌 마지막날, 우승팀이 가려졌다. 득점왕도 막판에 정해졌다.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그런 2013시즌이었다.
그런데 이거 참, 밝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내년, 미리 말하면 암울한 시즌이다. 거의 모든 구단이 예산을 줄인단다. 수원 삼성은 일찌감치 예산삭감을 선언했다. 더블을 이룬 포항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이거,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연봉공개의 뜻이 한참 왜곡됐다. 연봉공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투명한 자금 운영과 마케팅 등 팬들을 위한 투자를 늘리게 하자는 의도다. 한마디로 기형적인 운영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뒷돈 거래, 눈먼 돈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들 '비싼 몸값'에만 신경쓰고 있다. 그걸 꼬투리로 잡고 있다. 발전적인 구단 운영, 리그 살리기에 대한 고민은 없다.
포항이 우승했으니, 삭감 작업이 더 탄력을 받을 듯도 하다. 포항은 올시즌 외국인선수를 데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실에만 빠져들면 안된다. 그 뒤를 봐야 한다. 포항은 그동안 유스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결과물이다. 그동안 썼던 돈의 열매를 얻은 것이다. 그래도 외국인선수가 없는 한계를 많이 느꼈다. 황선홍 감독은 우승 뒤 "구단과 외국인선수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호도 "외국인선수가 필요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구단 역시 내년에는 외국인선수 영입을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더 언급할 거리가 안된다.
스플릿 시스템에 따라 그룹B로 떨어진 팀들도 대폭적인 예산삭감을 앞두고 있다. 더 투자해서 그룹A에 남겼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뜨거웠던 판에 찬물만 끼얹은 것 같다. 이제 끝났는데 암울한 내일만 이야기했으니. 그래도 현실을 한번 돌아보자. 일본축구에 뒤진 지는 한참됐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실이다.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중국의 광저우가 우승했다. 축구에 대한 투자가 장난이 아니다. K-리그는 갈수록 몸집을 줄이려고 한다. 이게 현실이다. 한국축구의 미래, 과연 어떻게 될까.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