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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ACL 준우승 후유증, 있다? 없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1-18 08:16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2013 K리그 클래식 경기가 17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에스쿠데로가 후반 막판 2-2 동점골을 넣자 동료들이 달려와 환호하고 있다.
상암=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1.17/

"후유증이 있더라. 며칠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내 모습을 보고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 '멘붕' 상태였다."

일전을 앞둔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멘붕'을 토해냈다. 서울은 9일 아시아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적지에서 벌어진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1차전 홈에서 2대2로 비긴 서울은 2무를 기록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우승컵을 광저우에 헌납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은 잘했지만 운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는 '좋은 감독을 만났으면 우승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 아쉬웠다"며 "빨리 잊어야 된다. ACL 출전권을 획득하는 길이 유일한 길이다. ACL 재도전의 기회를 잃으면 더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했다.

ACL은 막을 내렸지만, K-리그 클래식이 남았다. 17일 다시 뚜껑이 열렸다. '경인 더비'였다. 10월 6일 가장 최근 대결에선 득점없이 비겼다. 그 전까지 3차례 대결에서 모두 '펠레 스코어(3대2)'가 연출될 정도로 화끈한 일전이었다. 올시즌 서울에서 열린 첫 만남에선 인천, 인천에서 열린 두 번째 대결에서 서울이 각각 3대2로 승리했다.

두 팀 모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서울은 ACL 준우승 아픔에다 전력 누수도 있었다. 고명진과 윤일록이 A대표팀에 차출됐다. 설상가상 하대성과 김진규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인천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스플릿들어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최근 10경기 연속 무승(5무5패)의 늪에 빠졌다. 이천수의 폭행, 거짓말 논란에다 중앙수비수 안재준과 이윤표, 중원사령관 김남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올시즌 마지막 '경인 더비'였다. 2대2,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다. 두 팀 모두 승점 3점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서울은 ACL 준우승 후유증의 탈출구를 마련했다. 출발은 서울이 좋았다. 전반 44분 몰리나가 에스쿠데로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쁨도 잠시, 인천의 반격은 무서웠다. 후반 24분 한교원이 설기현의 패스를 동점골로 연결한 데 이어 4분 뒤에는 박태민이 역전골을 작렬시켰다. 이대로 끝나면 서울으로선 최악의 결과였다. 다행히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이 나왔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최현태의 패스를 받은 에스쿠데로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부산에서 낭보도 날아들었다. 4위 경쟁을 펼치던 수원이 부산 원정에서 0대1로 패했다. 4위 서울은 1점을 추가해 승점 55점을 기록했고, 5위 수원은 승점 50점에 머물렀다. 승점 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서울은 한 경기를 덜 치렀다. 남은 4경기에서 1승1무만 거두면 내년 시즌 ACL에 진출할 수 있다.

ACL 재도전이 후유증을 씻는 유일한 통로다. 서울은 그 고지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K-리그 클래식에선 1~3위에 ACL 출전권이 돌아간다. 하지만 2위 포항(승점 68)이 FA컵 우승으로 한 장을 획득, 4위 팀에도 ACL 출전권이 주어진다. 서울은 전북(20일)→부산(24일)→포항(27일)→전북(12월 1일), 수원은 울산(23일)→전북(27일)→인천(12월 1일)전이 남았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를 보니 후유증이 생갭다 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남은 4경기는 체력전이 될 것 같다. ACL에 진출할 수 있도록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며 "역전을 허용한 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상당히 좋은 우리 팀의 컨셉트다. 서울극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역전골을 내준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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