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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경상남도 거제에서 열린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을 뛴 어느 선수에게서 온 연락. "경기는 완전히 밀었는데, 스코어에 져서 분해 죽겠어요.". 오늘 새벽에도 딱 그랬다. 후반 16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나온 아스널의 슈팅은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되며 승부를 갈랐다. 아스널은 7일 새벽(한국 시각)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F조 4차전에서 홈팀 도르트문트를 0-1로 잡고 조 1위까지 챙겼다.
이는 아기자기한 패스로 예쁜 축구를 만들려던 아스널엔 치명적이었다. 특히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심각할 정도로 방해를 받았다. 아르테타가 93%, 램지가 89%의 패스 정확도를 보였어도 백, 횡패스가 많아 카솔라-외질-로시츠키에 도달하는 빈도가 높지 못했다. 더욱이 패스가 흐를 요소요소에 길을 틀 수 있는 동료가 시야에 안 들어오자 볼을 오래 소유하게 됐고, 지난 1차전처럼 실수로 인한 실점을 반복할 우려도 있었다. 조금 더 선이 굵은 패스를 가미할 필요도, 단번에 때려 넣고 앞선에서 헤딩 경합 혹은 스피드 경합을 벌일 필요도 있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아스널은 전반 45분 동안 슈팅을 단 하나도 하지 못했다.
'무실점'이 아스널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도르트문트의 기세가 강했어도 골대 안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은 많지 않았고, 0-0의 균형을 팽팽히 쥐고 간다면 '한 방'을 통한 뒤집기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이런 꿈같은 일이 후반 16분 실제로 나타난다. 로시츠키의 첫 번째 패스가 실패할 때만 해도 아스널의 여느 공격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재차 시도한 패스가 오른쪽 측면의 외질에게 연결되며 물길을 튼 게 주효했다. 여기에서 나온 크로스를 지루가 경합했고, 램지가 재차 머리로 밀어 넣으며 골을 뽑아냈다. '원정 깡패'라 불리면서도 상대 페널티박스로의 접근조차 어려워했던 아스널이 '홈 깡패' 도르트문트에게 날린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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