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아스널, 꿀벌 잡은 '램지의 한 방'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1-07 09:37 | 최종수정 2013-11-07 13:23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 토요일 경상남도 거제에서 열린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을 뛴 어느 선수에게서 온 연락. "경기는 완전히 밀었는데, 스코어에 져서 분해 죽겠어요.". 오늘 새벽에도 딱 그랬다. 후반 16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나온 아스널의 슈팅은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되며 승부를 갈랐다. 아스널은 7일 새벽(한국 시각)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F조 4차전에서 홈팀 도르트문트를 0-1로 잡고 조 1위까지 챙겼다.

마르세유가 일찌감치 주저앉으며 아스널-도르트문트-나폴리의 3파전이 된 F조. 16강행 청신호를 위해 도르트문트는 홈으로 초대한 아스널에 최대한 많은 승점을 뺏어내야 했다. 하물며 지난 시즌 챔스 결승에서 만난 뮌헨을 상대로도 '미친 압박'을 시전했던 그들에게 거칠 것이 있었을까. 경기 시작부터 선제 득점을 위한 의지가 흘러넘쳤다. 짧은 패스를 고집하기보다는 횡으로 빠지는 로빙 패스의 버무림으로 적절히 방향을 전환했고, 동료 공격진은 템포에 맞춰 밀고 매섭게 밀고 들어갔다. 지나칠 만큼 많은 숫자가 공격에 가담하지 않으면서도 슈팅으로써 공격을 마무리 짓고 돌아오는 플레이는 수비 전환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중간에 공격이 끊겨도 큰 문제는 없었다. 우선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 라인의 전방 압박 가담률이 상당히 높았다. 순식간에 2~3명이 형성한 수비 블록은 볼을 소유한 아스널을 구석으로 몰아냈다. 1차 저지선이 무너지면 사힌-스벤벤더가 길목을 상당히 잘 잡고 기다렸다. 이들이 흐름을 방해하는 동안 공격진들은 재빠르게 압박에 동참하거나 수비 전환을 이뤄내며 그 아랫선에서 상대를 틀어막았다. 볼이 더 뒤쪽으로 빠진다고 해도 중앙 수비진의 개인 능력이 출중해 경합에서 앞설 수준이 됐고, 또 전환하는 동료들의 커버 플레이도 완벽했다. 길목마다 한 마리 이상의 꿀벌을 배치해 공간을 장악한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대단했다.

이는 아기자기한 패스로 예쁜 축구를 만들려던 아스널엔 치명적이었다. 특히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심각할 정도로 방해를 받았다. 아르테타가 93%, 램지가 89%의 패스 정확도를 보였어도 백, 횡패스가 많아 카솔라-외질-로시츠키에 도달하는 빈도가 높지 못했다. 더욱이 패스가 흐를 요소요소에 길을 틀 수 있는 동료가 시야에 안 들어오자 볼을 오래 소유하게 됐고, 지난 1차전처럼 실수로 인한 실점을 반복할 우려도 있었다. 조금 더 선이 굵은 패스를 가미할 필요도, 단번에 때려 넣고 앞선에서 헤딩 경합 혹은 스피드 경합을 벌일 필요도 있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아스널은 전반 45분 동안 슈팅을 단 하나도 하지 못했다.

'무실점'이 아스널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도르트문트의 기세가 강했어도 골대 안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은 많지 않았고, 0-0의 균형을 팽팽히 쥐고 간다면 '한 방'을 통한 뒤집기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이런 꿈같은 일이 후반 16분 실제로 나타난다. 로시츠키의 첫 번째 패스가 실패할 때만 해도 아스널의 여느 공격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재차 시도한 패스가 오른쪽 측면의 외질에게 연결되며 물길을 튼 게 주효했다. 여기에서 나온 크로스를 지루가 경합했고, 램지가 재차 머리로 밀어 넣으며 골을 뽑아냈다. '원정 깡패'라 불리면서도 상대 페널티박스로의 접근조차 어려워했던 아스널이 '홈 깡패' 도르트문트에게 날린 한 방이었다.

이윽고 난타전이 시작됐다. 클롭 감독은 교체 카드로써 팀의 배터리를 갈며 힘을 유지하려 했으나, 죽도록 뛰면서 선제 실점을 얻어맞은 타격은 상당히 컸다. 아스널은 급해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수비진을 촘촘히 유지하며 공간을 없앴고, 이후 넓게 벌어진 상대의 라인 사이로 역습을 시작했다. 또, 공중전에서의 우위로 지속적인 슈팅 시도에도 성공했다. 90분이 넘어 시간을 벌던 중 벤트너와 외질이 프리킥 오프사이드에 걸렸음에도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건 다 램지의 결승골로 잡은 승리의 기운 덕분이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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