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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전매특허인 빨간 타이를 매지 않았다.
그에게는 행운의 혼이 묻어있는 보물이다. 최 감독은 타이를 주장 하대성에게 '잠깐' 선물했다. 국가를 위해 길을 떠나는 제자의 선전을 바라며 건넸다. 하대성은 지난 2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면서 최 감독의 타이를 맸다. 하대성은 "리그 경기때 감독님이 착용하시던 타이다. 소집 전날 감독님께서 직접 주셨다. 소집 때 하고 가라고 하셨다"며 "감독님께서 대표팀에 많은 선수들이 소집돼 아쉬우실 것 같지만 '첫째는 국가를 위해 뛰어야 한다. 둘째가 소속팀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도 그렇지만 최 감독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일전이었다. 두 사령탑의 인연은 질기다. 중·고·대학(동래중→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51세인 윤 감독이 42세의 최 감독보다 9년 위다. 허물없는 사이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불꽃이 튄다. 최 감독은 악연이다. 지난해까지 수원을 지휘한 윤 감독이 5승1무로 최 감독을 지배했다. 올해 3월 17일 부산 홈(1대0 승)에서도 징크스는 이어졌다. 6월 23일 길이 틀어졌다. 최 감독이 안방에서 마침내 윤 감독을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1대0으로 웃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달 7일 FA컵 16강전에서 윤 감독이 2대1로 다시 승리했다. 윤 감독과의 상대전적은 1승1무7패였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결이 아니었다. A매치 기간에 벌어진 이날 두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잃었다. 서울의 출혈이 더 컸다. 하대성을 비롯해 고요한 윤일록이 홍명보호에 차출됐다. 몬테네그로대표인 주포 데얀은 유럽으로 날아갔다. 부산도 중원사령관 박종우가 자리를 비웠다.
후유증이 있었다. 90분 헛심공방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두 팀 모두 맥이 풀린 분위기였다. 집나간 '빨간 타이'에 서울은 위력을 잃었다. 볼점유율에선 51대49로 앞섰다. 하지만 슈팅수에선 6대9로 뒤졌다. 중원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위력이 떨어졌다. 페널티 박스에서도 서울 다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최 감독은 "출전한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다만 약속된 플레이나 템포에서 둔탁한 면이 있었다. 좋은 기회를 못 살린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있다. 페널티 박스안에서 좀 더 냉정함을 유지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윤 감독도 박종우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누가 됐던 승점 3점을 따야하는 경기였다. 역습 상황에서 찔러주는 패스가 많았어야 됐다. 그런 면에서 종우의 빈자리를 느꼈다. 아쉬운 부분"이라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웠다.
이날 경기장의 관중은 1816명에 불과했다. A매치 기간에 열리는 K-리그 클래식, 여유가 없는 일정상 이해는 된다. 그러나 결과와 흥행에서 아쉬운 밤이었다.
부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