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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링락CC 등, 돈 못버는 '프리미엄 골프장'의 명과 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9-05 08:01


휘슬링락CC 사진출처=휘슬링락CC 홈페이지

외형적으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개장한지 1년 6개월만인 지난 7월, 골프 매거진 선정 '2013~2014년 세계 100대 골프 코스' 후보(최종 선정 실패)에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 3만7000여개의 골프 코스 중 후보는 479개에 불과하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휘슬링락CC(대표 김기유)의 얘기다.

대기업 태광그룹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이 지은 휘슬링락CC는 처음부터 '회원제 명품 프리미엄 골프장'으로 계획, 건립됐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드림팀'을 꾸렸다. 코스 설계는 데드 로빈슨 주니어, 조경은 피나클 디자인, 클럽하우스 및 그늘집은 메카누아키텍사의 프랜신 호벤 등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맡았고, 3년간 공을 들여 2011년 오픈했다.

휘슬링락CC는 국내 최고가 회원권 가격(개인 13억원·법인 26억원)을 자랑하듯 회원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소수만을 대상으로 맞춤 서비스를 하는 '매스클루시버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맞춤 식단을 준비하고 워터 소믈리에, 차 소믈리에, 와인 소믈리에, 바리스타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직원들이 상주한다. 한마디로 VVIP 고객 맞춤형 '프리미엄 골프장'이다.


휘슬링락CC 클럽하우스 사진출처=휘슬링락CC 홈페이지
이처럼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은 프리미엄 골프장은 '차별화'를 내세우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영이다. 휘슬링락CC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됐다. 최근 경제 침체 및 골프장 과잉 공급으로 많은 골프장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프리미엄 골프장이다. 비정상적인 경영 및 영업 손실은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메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휘슬링락CC도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2011년 6월, 휘슬링락CC는 792억원 규모의 골프장 회원권 부당 매입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태광그룹 계열사를 통해 회원권을 부당 매입한 결과다. 태광그룹 계열사가 사들인 휘슬링락CC 회원권은 전체 입회금 1724억원 중 90%인 1559억원이었다. 게다가 당시 골프장 회원권을 사들인 계열사들 중 다수가 재무 안정성이 정상이 아니었고 일부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렇듯 재무 구조가 떳떳하지 못하니 프리미엄 골프장은 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게 일반적이다. 회원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다른 골프장과 달리 프리미엄 골프장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된 게 없다"면서 "프리미엄 골프장은 재무가 투명하지 못해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벌그룹이 럭셔리 골프장을 갖고 싶어하면서 프리미엄 골프장이 탄생했는데 경기가 좋지 않고 회원권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계열사 및 하청업체에 밀어내기식 분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은 해야 하지만 적자로 인해 돈은 돈대로 들어간다. 비정상적인 경영 구조로 운영되는 프리미엄 골프장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이 '일반' 회원제 골프장으로 인기가 있는 태광CC에서 얻은 수익으로 '프리미엄 골프장'인 휘슬링락CC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외국에도 프리미엄 골프장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운영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대기업의 비정상적인 지원으로 프리미엄 골프장이 운영된다면 일반 서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사치 스포츠'라는 꼬리표를 떼고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으려는 골프의 대중화 노력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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