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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베를린전은 왜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을 잡고 싶어하는지 잘 보여준 한판이었다.
구자철은 31일(한국시각) 독일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헤르타 베를린과의 2013~20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4라운드에 선발로 나와 후반 41분까지 뛰었다. 구자철은 지난 11일 하노버96과의 올 시즌 개막전 이후 4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전해 탄탄한 주전 입지를 자랑했다. 구자철은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볼프스부르크는 올리치, 디에구가 전반 42분과 45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헤르타 베를린을 2대0으로 제압했다. 볼프스부르크는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헤르타 베를린의 공격력이 잠잠해지자 공격 본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디터 해킹 감독은 공격이 풀리지 않자 구자철의 위치를 전진배치했다. 구자철의 공격전개능력이 더해지며 볼프스부르크는 공격에 힘을 받았다. 선제골도 구자철의 포지션 이동 이후 터졌다. 특히 구자철은 후반 5분 상대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움직임으로 골키퍼까지 제친 뒤 크로스를 올렸지만, 디에구가 득점에 실패하며 아쉬운 시즌 첫 도움을 날렸다. 구자철은 후반 중반에는 측면 미드필더로 위치를 옮기는 등 한경기에서만 3번의 포지션을 변경하며 멀티플레이 능력을 과시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도 경기 후 구자철에게 팀에서 두번째로 높은 평점 3점을 매기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헤킹 감독이 구자철을 그토록 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실 구자철은 이적시장 막바지 볼프스부르크 탈출을 노렸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팀을 원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비워두는 등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마인츠행을 염두에 뒀다. 구자철의 에이전트가 독일 현지로 날아가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의 완강한 저항에 막혔다. 헤킹 감독은 구자철을 핵심 미드필더 자원으로 간주하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 헤킹 감독은 구자철을 단순히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팀에 변화를 원할때, 그 첨병으로 구자철을 애용하고 있다. 에이스로 평가받는 디에구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만 소화할 수 있다. 구스타보도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다. 여기에 볼프스부르크는 측면이 부실하다. 헤킹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은 헤킹 감독에게 어찌보면 디에구 만큼이나 소중한 자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