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새 승부수 '제로톱' 아직은 물음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7-31 21:44


수원의 새로운 무기는 신선했다. 하지만 아직 물음표를 떼지 못했다.

수원은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2013년 K-리그 20라운드 홈경기에 새로운 공격 전술을 들고 나왔다. 제로톱이었다. 조동건을 가운데 배치했다. 홍 철과 서정진을 좌우 공격수로 놓았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산토스를 두었다. 그동안 수원은 원톱 혹은 투톱을 즐겨썼다. 제로톱은 파격이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으로서는 고육지책이었다. 경기 전 서 감독은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7월 초 발등을 다친 정대세는 8월 중순이 되어서야 복귀할 예정이다. 스테보는 7월 초 수원과의 계약이 만료됐다. 라돈치치는 일본 J-리그 시미즈로 6개월간 임대를 떠났다. 대체자는 없었다. 선수 영입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원은 모기업 삼성전자로부터 경영 효율화를 지시받았다. 몸집을 줄여야 했다. 제주에서 뛰었던 산토스 영입 외 다른 카드는 없었다. 산토스 역시 미드필더였지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아니었다.

여기에 최근 트렌드도 반영됐다. '제로톱'이 일종의 위기 타개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포항이 제로톱을 선택하며 재미를 봤다. 대구 역시 올해 6월 이후 제로톱을 끄집어내며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 감독 역시 제로톱을 반전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

수원의 제로톱은 분명 아기자기했다. 허리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부산의 진영을 공략했다. 2대1 패스와 논스톱패스로 썰어나갔다. 패스의 스피드도 빨랐다. 방향도 전방을 향해 있었다. 볼점유율이 60대40으로 앞섰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골결정력이 문제였다. 최전방만 가면 선수들이 머뭇댔다. 패스의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2선 공격수들의 공간 침투 장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중거리슈팅과 밋밋한 크로스로 일관해 아쉬움을 남겼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최전방에서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골운은 따른 편이었다. 전반 37분 왼쪽 엔드라인 앞에 있던 홍 철이 상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골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골운이 따랐다. 정성룡이 한번에 찬 볼이 최전방 조동건에게 바로 연결되면서 추가골을 넣었다. 2대0으로 완승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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