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이적후 3골2도움 임경현 드라마틱한 부활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7-30 07:53



#.전남 미드필더 임경현(27)의 기록은 미스터리하다. 숭실대 시절 윤성효 부산 아이파크 감독 아래서 펄펄 날았다. 무패행진속에 우승컵을 휨쓸었다. 촉망받던 신인이었다. 2009시즌을 앞두고 황선홍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16개구단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그런데 이후 내세울 만한 기록이 없다. 2009~2013년 5시즌 동안 부산(2009~2010), 수원(2010~2013)을 거쳤다. 19경기 1도움이 지난 5년 기록의 전부다.

#.2013년 7월 전남 유니폼을 입은 임경현의 기록은 드라마틱하다. 첫 경기인 3일 울산전 (1대3 패)후반 9분 예리한 코너킥으로 코니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2011년 1도움 기록 이후 2년만의 공격포인트다. 2번째 경기인 6일 인천전(1대1 무)에선 프로 데뷔골을 신고했다. 후반 38분 이종호가 이끌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부활의 시작이었다. 수원FC와의 FA컵 16강전(3대4 패), 0-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임경현은 나홀로 2골을 밀어넣었다.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치열했던 16일 부산전(1대2 패), 임경현은 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 완벽한 택배크로스로 임종은의 만회골을 도왔다. 5년간 1도움에 그쳤던 이 선수가, 리그 4경기에서 1골 2도움, 이적후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제2의 전성기를 알리고 있다.

인터뷰 요청에 임경현은 손사래를 쳤다. "영입 후 잇달아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팀 성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개인 성적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전남은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로 저조했다. 임경현의 프로생활은 부상과의 사투였다. 지난 5년간 무릎수술만 3번 했다. 날카로운 킥력과 감각적인 볼 터치로 이름을 알렸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이 늘 발목을 잡았다. 수원에서 재기를 다짐했던 지난시즌 초, 서울전 전날 아킬레스건 부상을 했다.


축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 지난해 연말 결혼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부활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임경현은 "감독님의 믿음과 훈련량"이라고 답했다. 하석주 감독은 기록 없는 임경현을 영입과 함께 줄기차게 믿고 썼다. "클래스는 영원하고 기량은 도망 안간다"는 믿음이었다. 대학시절 은사인 윤 감독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수원 시절 부상중인 제자를 4시즌이나 기다려줬다. 지난 겨울 처음으로 동계훈련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선수층이 두터운 수원에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기회에 굶주렸다. 전남과 궁합이 맞아떨어졌다. 프로 5년차로서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이 통했다. 5년만의 데뷔골을 기록하며 자신감도 되찾았다. "처음으로 부담감, 조급함을 버리고 마음 편히 뛰고 있다"고 털어놨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나는 이제 시작"이라며 웃었다. "화려한 선수보다 오래 뛰는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화려하게 프로무대에 들어섰지만, 이후 축구인생은 쉽지 않았다. 동갑내기들과 템포가 달랐다. 시련을 이겨내고 프로 5년차에 자신의 템포를 찾아낸 임경현에겐 남다른 여유과 겸손함이 있었다. "웬만한 일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일에 익숙하다"고 했다. 견뎌낼 수 있는 여유과 인내심이 생겼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됐다. 또다시 날선 킥으로 31일 성남과의 홈경기, 전남에서의 5번째 경기를 준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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