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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늘 한국인을 무시하는 시선을 느꼈다.'
한일전 왜곡보도, 잠 설친 '지메시'
28일 오후 일본 소속팀 고베 아이낙에 복귀한 지소연은 "한숨도 못잤다"고 했다. 일본 동료들한테 시달리겠다는 농담에 "괜찮아요. 이겼잖아요. 다 감당할 수 있어요"라며 씩씩하게 웃었던 그녀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 '얄미움의 시선' 정도는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일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이 일본 언론에 일제히 기사화됐다. 번역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차별논란'으로 번지며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일본이 위에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일본은 월드컵 우승, 올림픽 준우승했고, 한국축구를 한수 아래로 내려봤던 건 사실이죠. 그런 일본축구를 이기게 돼 기쁘다는 이야기를 한 건데…." 축구에 대한 얘기가 '한국인 무시'로 비약된 후 쏟아지는 일본 네티즌들의 비난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해망상증''불쾌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일본리그 안팎에서 완벽 적응중인 지소연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함께 뛰는 절친들은 지소연의 진심을 안다. '절친' 룸메이트인 일본 대표팀 수비수인 다나카 아스나가 해당 기사와 악플들을 먼저 보여줬다. "네가 이런 말을 할 아이가 아닌데, 화가 난다"고 했다. 오히려 위로를 건넸다. 지소연은 일본 여자실업 나데시코리그 3년차다. 일본 여자축구 최강팀 고베 아이낙에서 '축구영웅' 사와 호마레, 가와스미 나호미, 다카세 메구미 등과 함께 뛴다. 다나카, 가와스미와 한집에서 동고동락한 지 벌써 2년째다. '나호언니'가와스미는 한국어도 곧잘 한다. 가와스미가 한국어로 말하면, 지소연이 일본어로 대답하는 식이다. 올해초 동계휴가 기간 한국에서 함께 여행을 즐겼다. '한국인 무시' 논란과 오해는 그런 절친들에게도 대단히 미안한 일이다. 지소연은 "저, 졸지에 나쁜 사람 됐어요"라고 했다.
국내에서 화제가 된 '산책 세리머니'도 사실이 아니다. 일본 일부 언론은 '일본이 늘 나를 깔봤기 때문에 산보 세리머니를 했다'는 자극적인 문구를 달았다. 박지성의 한일전 '산책 세리머니'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소연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근데 그걸 왜 '산책 세리머니'라고 하죠? 저는 그냥 기뻐서 뛴 건데, 너무 기쁜 마음에 벤치로 달려간 건데요. 생각도 안하고 좋아서 달린 것뿐인데…."
3년차 지소연 '7골15도움'은 폭풍적응의 힘
3년차인 올해, 지소연은 최고의 시즌을 달리고 있다. 일본 대표팀 공격수 오노 시노부가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으로 이적하면서 '에이스의 번호' 10번을 달았다. 나데시코 실업리그 9경기에서 6골9도움을 기록했다. 컵대회까지 합치면 7골15도움이다. '지메시'라는 별명 그대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뜻이다. 한일전에서 보여준 그림같은 프리킥골은 우연이 아니었다. 일본리그에서 '택배' 코너킥, 프리킥에 힘입어 '15도움'을 기록중이다. 골결정률에선 리그 2위다. 16개의 슈팅 중 6개를 골로 연결했다. 남다른 실력을 갖춘 데다 털털하고 유쾌한 지소연에 대한 선수들의 신망도 두텁다."일본 생활은 정말 좋아요. 동료들과 이렇게 잘지내는데, 괜히 이런 기사때문에 사이가 나빠질까봐 더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내달 4일 나데시코리그가 재개된다. 한일전에서 에이스의 위력을 보여줬다. 그라운드 밖 불미스런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깊이 마음 쓸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후반기에 더 잘해야죠"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