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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요한, 일록' FC서울 삼총사 '한국 축구 구하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22 17:14 | 최종수정 2013-07-23 09:36


하대성, 고요한, 윤일록(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아픔이 있는 선수들이다.

'캡틴' 하대성(28)은 태극마크를 달고 웃지 못했다. 또래의 박주영(아스널)과 이근호(상주)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는 중원을 지배한 유럽파의 그늘에 가렸다. A대표팀에 간간이 호출을 받았지만 좀처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K-리그의 현장 지도자들은 가장 저평가된 선수로 꼽았지만 그는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졌다.

고요한은 25세지만 프로 10년차의 '중고참'이다. 2004년 경남 창원 토월중을 중퇴하고 '친구' 이청용(볼턴)과 함께 FC서울에 입단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꽃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주목받았다. 정점에서 최강희 전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2012년 9월 11일, 친선경기 2경기 출전에 불과한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2대2 무)에서 주전으로 낙점받았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시련이었다. 미끄러운 잔디에 대비한 축구화를 준비하지 못했다. 경험 미숙이었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졌다. 오른쪽이 무너졌고, 그도 눈물을 흘렸다.

윤일록(21)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운명이 바뀔 줄 알았다. 친선경기에서 골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 뿐 최종엔트리(18명)에선 제외됐다. 그는 브라운관을 통해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의 환희를 지켜봤다. 그 또한 감격했다. 그러나 허전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하대성 고요한 윤일록,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삼총사다. 하대성은 서울의 주장이자 중원사령관이다. 고요한은 올시즌 차두리가 입단하면서 오른쪽 날개로 복귀했다. 윤일록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올초 경남에서 서울로 이적했다. 이들은 서울 공격의 첨병이다. 16일 3연승을 신고한 강원전(1대0 승)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셋다 태극마크는 한이었다. 반쪽 인생의 덫에서 탈출할 활로를 찾았다. 궁합이 맞았다. 신임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들을 주시했다. 호주전 선발 출전에는 이견이 없었다. 홍 감독의 데뷔전, 그들의 한풀이 무대였다. K-리그의 살인적인 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세월을 되돌리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비록 호주와 득점없이 비겼지만 '서울 삼총사'의 활약은 빛났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는데 일조했다.

삼각편대의 클래스도 달랐다. 홍명보호 1기에서 주장 완장을 찬 중앙 미드필더 하대성은 깔끔한 완급조절로 공수를 조율했다. 좌우측 날개 윤일록과 고요한은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윤활유 역할을 했다. 골을 터트리지는 못했으나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중거리 슈팅과 날카로운 패스, 저돌적인 돌파로 호주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의 졸전으로 응어리 진 팬들의 분노를 희망으로 탈색시켰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이들은 24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벌어지는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도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호주전에서 체력을 감안, 윤일록과 고요한을 후반 14분과 25분 각각 교체시켰다. 그러나 빈자리를 실감했다. 조직력은 물론 공격의 힘도 떨어졌다.


이들의 활약을 지켜본 최용수 서울 감독도 미소가 번졌다. 그는 팀에서 대표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소감을 묻자 한참을 웃은 후 '당근'보다는 '채찍'으로 대신했다. "다음 경기에선 제발 골 좀 넣어라."

유럽파가 가세하면 피튀기는 주전 경쟁도 예상된다. 하지만 세상은 또 달라졌다. 벽은 낮아졌다. 고요한은 22일 "부담이 많은 경기였는데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해 우즈벡전이 끝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공격수로 뽑혔다. 공격성향이 강하니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고, 잘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청용이는 워낙 오래 같이 축구를 했고 서로를 잘 안다. 좋은 경쟁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청용이만의 장점이 있듯 나에게도 장점이 있다. 나는 조금 더 많이 뛰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고 청용이는 개인기가 좋다. 내 장점은 보여주면 경쟁력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명보 시대, 새로운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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