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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 첫 단추, '카리스마 홍' 개혁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12 08:32


홍명보호가 2013 EAFF 동아시안컵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11일 파주 NFC에서 홍명보 감독은 23명의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국내파와 일본, 중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명단에서 김진수, 김민우, 이용, 고무열, 윤일록, 김동섭 등 6명이 최초로 발탁됐다. 홍명보 감독과 박건하, 김태영, 김봉수 코치가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가운데 홍명보 감독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파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11/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기성용의 SNS 논란…. 태극마크의 위상은 추락했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민심도 떠나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신임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심각한 위기라고 판단했다. 칼을 꺼내들었다. 신뢰 회복의 첫 단추로 기강잡기를 선택했다. 변화의 몸부림에서 수긍하지 않는 선수와 타협은 없다. 11일 동아시안컵 최종엔트리를 발표한 홍 감독의 목소리 톤은 어느 때보가 높고, 강경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대명사, 홍명보가 돌아왔다.

"변화는 모든 것이 함축된 단어다. 개개인에게 주문하는 부분을 밝히긴 힘들지만 우리 선수들은 소집하는 날 첫 발걸음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소집날부터 변화된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의 소집 풍경부터 달라진다. 제각각이었던 스타일이 통일된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장 상, 하의와 타이, 와이셔츠, 구두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동선도 마련했다.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관례를 깬다. 정문 출입구에서 모두가 하차해야 한다. 부득이 자가 운전시에도 대로변에 주차하고 입소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숙소동까지 약 500m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홍 감독은 "바깥에 보여지는 팀의 규율보다는 내부가 더 중요하다. 예전에 대표팀에서 생활해보니 티셔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오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올림픽대표팀 때 시도할까 했는데 선수들이 돈이 없다고 하길래 못했다"며 웃은 후 "그땐 양보를 했지만 이제는 깨끗하고 간결하게 대표팀에 왔으면 한다. 파주 정문부터 첫 발걸음이 시작된다. (숙소까지) 긴 거리는 아니지만 어떤 마음을 갖고 와야 할 지 정문부터 생각하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A대표팀의 훈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이끌 당시 지켜야 할 본분을 분명히 했다. 자율 속에 엄격한 룰이 존재했다. 훈련 중간 물 마실 때에도 행동요령이 있다. 물을 마시는 것은 자유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그라운드로 돌아갈 때는 무조건 뛰어야 한다. 홍 감독은 당시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마실 때는 긴장의 끈을 살짝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물을 마신 후 고개를 돌리는 순간 훈련은 시작된다. 뛰며 정신 자세를 다잡아야 한다. 그래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식사시간에도 규칙이 있다.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팀이다. 일사불란하게 시작과 끝을 함께해야 한다. 대표선수의 사명감도 잊어선 안된다. 태극마크의 자만에 빠지는 것도 금물이다. 대표팀에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행정, 의무, 장비, 운송 담당들이 있다. 음지에서 땀을 흘리는 조력자다. 모두가 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홍 감독의 철칙이다.

홍 감독은 외부의 변화도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지난 6개월 간 밖에서 보니 축구 전반에 걸쳐 너무 가벼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언론)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 팀이 어떤 전술을 사용하고,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가 누군지, 미드필더, 공격수로 누구를 쓰는지 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가십거리에 열광하고 초점이 맞춰졌다. 언론도 변화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홍명보호 1기는 17일 소집된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칼자루를 쥔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겠다고 했다. 과거는 지워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마지막 회생의 기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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