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FA컵 16강 성남 일화전 직전 만난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대혈투를 예고했다. 안익수 성남 감독 역시 승부차기까지 준비했느냐는 말에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승부차기가 승부를 갈랐다. 120분 혈투는 1대1 평행선을 달렸다. 승부차기에서 포항은 4대2로 승리했다. 단 한개의 킥도 실축하지 않았다.
"성남은 김태환-박진포의 오른쪽 측면이 대단히 강하다." 황 감독은 성남의 오른쪽 라인을 경계했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반 10분 김태환-김동섭 콤비의 발끝이 빛났다. 오른쪽에서 질풍처럼 쇄도하던 김태환이 올린 크로스를 보자마자 김동섭이 감각적으로 튀어올랐다. '눈빛 콤비'의 선제 헤딩골이 터졌다. K-리그 클래식에서 이미 같은 루트로 3골을 합작했다. 올림픽대표팀 시절 이들을 이끌었던 홍명보 A대표팀이 관중석에서 이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K-리그 토종군단의 자존심 포항 역시 만만치 않았다. 후반 13분 포항 노병준의 동점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오른발 인프런트로 감아찬 오른발 프리킥은 오른쪽 골망에 시원하게 꽂혔다.
인저리타임 조찬호의 단독 쇄도, 종료 직전 신진호의 날선 프리킥이 연이어 골키퍼 전상욱의 선방에 막혔다. 연장 전후반에도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 포항의 원샷원킬 집중력이 빛났다. 첫번째 성남 키커 임채민이 깨끗한 킥을 성공시켰다. 포항의 1번키커 신광훈도 골인이었다. 성남은 2번 키커 이승렬과 3번 키커 김철호의 잇단 실축이 뼈아팠다. 이명주 고무열 조찬호가 잇달아 골망을 흔든 포항에 승부차기 2대4로 무릎을 꿇었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이 8강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