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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술로 브라질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희미했던 '한국형 축구'의 이미지는 터키에서 드라마를 쓴 리틀태극전사에 의해 구체화됐다.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했다. 연장 후반 13분 파르한에 골을 허용한 한국은 2분 뒤 정현철이 거짓말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3대3으로 120분간 혈투를 치른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4-5로 무릎을 꿇었다. 30년만의 4강 신화에 한발만을 남겨두고 '위대한 도전'은 아쉽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대회 내내 이광종호가 보여준 축구는 홍 감독이 제시한 '한국형 축구'와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정답 1, 압박과 역습
정답 2, 공격 스피드
이광종호의 조직력은 공격에서 더욱 빛을 냈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패싱 플레이가 돋보였다. 최전방으로 한번에 나가기 보다는 빠른 패스워크를 앞세워 번개같은 역습을 선보였다. 공격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정교하고 스피디한 역습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홍 감독이 생각하는 바로 그런 축구였다. 홍 감독은 "최근 볼점유율을 강조하면서 스피드가 많이 줄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볼점유율은 늘리면서 얼마나 빨리 공격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린 태극전사들이 형들에게 힌트를 준 셈이다.
정답 3, 정신력
이광종호는 '압박과 역습'을 근간으로 할 '한국형 축구'에 또 하나의 항목을 더했다. '정신력'이다. 정신력은 한국축구 최고의 덕목이었다. 지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던 게 과거 한국축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리틀 태극전사들은 그 혼을 다시 깨웠다. 쿠바와의 1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뒀고,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는 종료직전 동점골을 허용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로 이끌었다. 모두가 패배를 예감한 순간 오뚝이처럼 일어난 이라크와의 8강전은 어린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볼 수 있는 최고의 경기였다. 홍 감독이 만들어 갈 것은 전술만이 아니다. 진짜 '한국형 축구'를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되찾아야 한다. 하나로 똘똘 뭉친 이광종호의 어린 태극전사들은 어른들을 일깨웠다. 이게 바로 '한국형 축구'라고.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