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만의 4강행은 좌절됐다. 그러나 고개 숙일 필요없다. 리틀 태극전사는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아부엇다. 마지막 순간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초반은 이라크의 페이스였다. 시작 5분만에 파르한에게 단독찬스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며 특유의 패싱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수비도 열심히 압박했지만 상대를 가두지 못했다. 10분부터는 한국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 현이 잇달아 슈팅을 날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좋은 분위기는 길게 유지되지 못했다. 김 현이 프리킥 상황서 수비 도중 상대 공격수를 손으로 막으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결국 21분 파에즈에게 첫 골을 허용했다.
리틀태극전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4분 뒤 심상민의 롱스로인을 권창훈에 헤딩슈팅으로 이라크 골망을 갈랐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지는 못했다. 왼쪽 윙백 아드난을 막지 못하며 고전했다. 한국의 주 공격루트인 오른쪽의 김용환-강상우 라인이 아드난을 막는데 급급하며 공격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른쪽 라인이 흔들리자 팀밸런스가 전체적으로 흐트러졌다. 패스워크는 원활하지 못했고, 날카로운 침투도 없었다. 결국 한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42분 카심의 슈팅을 이창근이 막자 반대쪽에 뛰어들던 파르한이 밀어넣었다.
한국의 우세는 연장전에서도 이어졌다. 연장 전반 4분 왼쪽을 돌파하던 한성규의 땅볼 크로스를 이광훈과 권창훈이 연달아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이라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7분에는 이라크의 슈팅을 이창민이 골문 앞에서 걷어내는 철렁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장 후반들어 경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권창훈이 날카로운 프리킥 슈팅을 두차례나 날리며 이라크 골문을 위협했다. 드라마는 13분부터 쓰여졌다. 줄곧 경기를 지배하던 한국은 파르한에게 통한의 골을 허용했다.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순간 리틀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5분 교체 투입된 정현철의 슈팅이 상대 수비 맞고 이라크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포기하지 않은 정신력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팽한 승부는 승부차기에서도 이어졌다. 두번째 키커로 나선 연제민의 실축으로 리드를 뺏긴 한국은 이창근 골키퍼가 이라크의 세번째 키커 라바트의 실축을 유도해내며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는 운명의 여섯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후반 동점골을 넣은 이광훈의 슈팅이 모하메드 골키퍼에 걸렸다. 이라크는 파르한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하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역대 최약체라고 했다. 스타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이광종호는 터키에서 기적을 썼다. 이광종호는 강한 압박과 정교한 패스워크,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한국형 축구'를 선보였다. 최악의 경기력으로, SNS 파동으로 신음하던 한국축구는 20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의 선전에 활력을 얻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