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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퇴장'김태환"이동국형,박희도형께 죄송...한숨도 못잤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7-04 18:24



"어젯밤 한숨도 못잤어요."

성남 미드필더 김태환(24)이 맥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환은 최근 확 달라진 성남 스피드 축구의 중심에 있다. '치타'라는 별명 그대로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폭발적인 플레이스타일처럼 시원한 직설화법에 성격도 활달한 분위기 메이커다. 그랬던 김태환이 하룻밤새 풀이 죽어버렸다. 축구팬들 사이에 뜨거운 이슈가 된 전북전, 그라운드의 그 사건 이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모두가 쉬는 오전 시간, 나홀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대선배 동국형, 희도형에게 죄송하다"

3일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전북 원정은 전쟁이었다. 후반 32분 성남 수비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골키퍼 전상욱이 볼을 밖으로 차냈다. 이 경우, 경기 속행 후 전북이 성남에게 볼을 주는 것이 불문율이다. 여기서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동국(전북·34)이 날린 오른발 롱킥이 성남의 골문 안으로 빨려든 것이다. 득점이 인정됐다. 이동국이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성남이 2-1로 앞서가던 스코어는 어이없이 2-2 동점이 됐다. 순간 흥분한 김태환이 앞을 막아선 '전북 수비수'를 밀쳐 넘어뜨렸다. 격분한 채 '대선배' 이동국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안익수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왔다. 김태환의 팔을 잡으며 만류했다. 김태환은 레드카드를 받아들었다. 스승의 손에 이끌려 그라운드밖으로 나왔다.

김태환은 "감독님이 들어오신 줄도 몰랐다. 내 팔을 잡으시는데 보니까, 감독님이더라"고 했다. '리플레이 화면'을 보다 또 한번 '아차!' 싶었다. 자신이 밀친 '전북 수비수'는 지난해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박희도(27)였다. 후회가 밀려왔다. "희도형을 민 줄 몰랐다. 리플레이 화면을 뒤늦게 보고서 알았다. 경기 후 '형인 줄 몰랐다.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대선배 이동국에게도 할 말이 없다. 사과할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제가 나이도 어리고, 이동국형은 대한민국이 알아주는 선수, 하늘 같은선배인데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며 고개 숙였다.

"간절하게 이기고 싶었다"

김태환은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2-1의 스코어가 그렇게 2-2가 되는 걸 바라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뒤 사정을 돌아보지 못했다. 전북은 먼저 '보상 자책골'을 염두에 뒀다지만, 정작 김태환은 그런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내가 그렇게 안하면 전북에서 골을 안먹어줄 것같았다"고 털어놨다. 승리가 절실했다. 승점 3이 승점 1로 줄어드는 상황이 용납되지 않았다.

성남의 단내나는 훈련은 선수들 사이에도 이름높다. A매치 휴식기동안 단 3일을 쉬며 공수 조직력을 맞췄다. 갈 길이 먼 성남에게 '휴식'은 없었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속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전-오후 훈련을 이어갔다. 4월 한때 최하위를 찍었던 순위가 휴식기 이후 5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성남의 상승세,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매경기 한골한골은 치열한 땀의 결실이다. 김태환은 올시즌 16경기에서 1골3도움을 기록중이다. 휴식기 지옥전훈 직후 첫경기인 인천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이날 '난적' 전북을 상대로 어렵게 승기를 잡았다. 성남은 최근 '전주성'에서 이긴 기억이 없다. 2009년 이후 전북 원정에서 1무5패로 승수를 쌓지 못했다. 다잡은 승리를 뺏길 것같은 상황에서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제어하지 못했다. 안 감독은 "프로라면 그런 상황도 견뎌내야 한다.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면 된다"고 짧게 충고했다. 밤새 잠을 뒤척이며 스스로 깨달은 바가 많다. "팀도 개인적으로도 좋은 시점에 일어난 일이라 더욱 아쉽고, 죄송하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누구나 실수한다. 그리고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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