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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외나무 다리 맞대결, 황새 웃고 독수리 울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7-03 21:49 | 최종수정 2013-07-04 07:37



지난 3달간 '황새'와 '독수리'의 날갯짓은 사뭇 달랐다.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은 창공을 훨훨 날았다. 외국인 선수 없이 새 시즌에 돌입했다. 패스축구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우려는 기우였다. 3월 중순부터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비행은 멈출 줄 몰랐다.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행이었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했다. 포항전이 빌미가 됐다. 3월 2일 개막전에서 경기종료 7분을 남겨두고 동점골을 내줬다. 이후 리그 첫 승리를 안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환희와 좌절을 나눠 가졌던 둘은 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3년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정면 충돌했다.

나란히 친 배수의 진

선두 포항이나 와신상담한 서울 모두 절박한 승부였다. 2위 울산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포항은 부상 변수에 휩싸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인 노병준의 부상, 고무열의 컨디션 난조라는 악재 속에 서울전을 준비했다. 서울은 필승 공식인 '데몰리션 콤비'가 없었다. 데얀이 부상으로 아예 빠졌고, 몰리나는 벤치를 지켰다. 공수의 핵인 하대성도 부상으로 쓰러졌다. 울산과의 15라운드에서 패하며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중위권으로 처진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선 어떻게든 포항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밖에 주중과 주말을 오가며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 경고누적 변수 대비 등 난재가 산적했다.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에 빼놓을 수 없는 두 지도자다. 승부 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걸린 승부였다. 물러설 리 만무했다. 황 감독은 "죽기살기로 할 것이다. 서울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는 일이다. 모든 수를 동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포항 원정에서 2연패 했던 최 감독은 선수들의 힘을 믿었다. "울산전이 끝난 뒤 도전자 정신을 강조했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 데몰리션 공백 속에 치르는 포항전은 '즐거운 도전'이었다.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선수는 없다. 사실 누가 골을 넣을지 내가 궁금하다. 어느 자리에서든 한 방을 터뜨려 줄 만한 선수들이 있다." 와신상담한 독수리의 눈이 빛났다.

포항 완벽해부한 서울, 3분을 못 버텼다

서울은 포항을 철저히 분석했다. 이명주-황진성이 축이 되는 포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한태유-최현태 더블 볼란치를 수비진에 깊숙히 가담시켰다. 포항은 좌우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 활용하며 공략에 안간힘을 썼으나, 위력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된 신진호 역시 서울의 오른쪽 풀백 차두리에 막혔다. 후반 4분과 17분엔 각각 황진성, 김태수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결국 아껴뒀던 고무열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르렀다. 달리 방도가 없었다.

서울은 데몰리션이 빠진 자리를 윤일록-에스쿠데로의 순간침투로 메웠다. 포항의 포백라인을 순간적으로 제치면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전반 13분에는 윤일록이 포항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며 골키퍼와 맞서는 단독찬스를 잡기도 했다. 후반에도 차두리-고요한이 선 오른쪽 측면을 활용해 포항 수비진을 괴롭혔다.


그러나 서울은 3분을 버티지 못했다. 후반 42분 김승대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침투하던 이명주에게 모든 수비진의 눈이 쏠렸다. 이명주가 놓친 볼은 아크 정면 무주공산에 선 고무열의 오른발에 정확히 걸렸다. 황새는 포효했고, 독수리는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황새 웃고 독수리 울고

포항은 서울전 승리로 14개 팀 중 처음으로 승점 30 고지를 돌파(승점 32)하면서 2위 울산과의 간격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크게 웃진 못했다. 승점 3을 얻었지만, 황진성과 김태수를 잃었다. 황 감독은 "상당히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부상자가 많아 걱정"이라고 아쉬워 했다. 그는 "(서울이) 전반기와 달리 안정적으로 경기를 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지만 쉽지 않았다. 후반에 체력적으로 우위에 설 것이라고 봤는데 적중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울은 울산전에 이어 원정 2연패를 하면서 중위권 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포항과의 악연도 털어내지 못했다. 잘 싸우고도 패한 최 감독과 서울 입장에선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만한 결과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였다. "전략적으로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 선수들은 (준비한대로) 잘 수행을 해줬다. 힘든 시기에 잘 해준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는 "패배의 원인은 모두 내게 있다. 선수들은 이번 포항전에서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할 이유는 없다"고 위로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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