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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표팀 감독은 발가벗겨져 허허벌판에 내놓아져 있는 것이다."
최강희호 1년 6개월간 대부분의 논란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비롯됐다. 지난 3월, 카타르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박주영 카드'를 접었다. 이를 두고 '박주영이 인터뷰를 안해 최 감독이 미워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최 감독이 감춰왔던 속 마음을 꺼냈다. "나는 박주영에게 인터뷰를 시킨 적이 없다."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한 박주영의 입장 표명이 없자 최 감독이 '박주영에게 인터뷰를 권했다'고 알려졌던 소문과는 정반대의 얘기였다. 최 감독은 "협회 관계자가 '박주영이 인터뷰를 하려 한다'길래 내가 '나쁘지 않다'고 얘기했다. 이미 (박주영과) 합의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내가 인터뷰 하라고 했는데 박주영이 안했고, 그 일로 미워해서 안뽑은 걸로 알고 있더라. 런던에서 박주영과 만나 '대표팀에서 필요하다'라고 얘기했다. 나는 선수를 미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에닝요 특별 귀화도 협회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최 감독, 라돈치치 귀화시키는게 어때"라는 협회 수뇌부의 권유가 있었다고 했다. 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라돈치치가 대표팀과 맞지 않다고 않다'고 얘기했더니 에닝요의 귀화를 고민해보라고 했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쿠웨이트전이 끝나고 얘기하자'고 답했다." 쿠웨이트전 이후 협회가 다시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고,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를 두고 최 감독은 "협회가 먼저 보도자료를 냈으면 여론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주영-에닝요 일이 협회에서 가장 잘못한 일이다"라며 "나는 가만히 있다가 바보가 됐다"고 했다. 에닝요의 특별 귀화 문제는 결국 협회 수뇌부의 뜻이 관철된 결과다. 그러나 최 감독은 "솔직히 에닝요 귀화 얘기가 나왔을 때 솔깃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표팀 상황이 그랬단다. "이청용이 장기 부상 중이었다. 윙포워드로 4명을 뽑아야 했는데 이근호 한 명 밖에 없었다. 나중에 모든 것을 정리해보니, 대표팀 감독은 허허 벌판에 발가벗겨져 내놓아져 있던 것이었다."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던 최 감독은 담담했다. "전혀 나하고 상관없이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 것들이 대표팀 감독의 힘든 부분이고 숙명이다. 그런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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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