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과 최용수 그리고 빗속의 K-리그 클래식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02 16:45 | 최종수정 2013-07-03 07:58



장마철이다.

축구는 웬만한 비에도 멈추지 않는다.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가 3일 열린다.

조기과열됐다. 연승-연패가 사라질 정도로 안갯속 구도다. 선두 포항(승점 29)과 그룹A의 마지노선인 7위 부산(승점 23)의 격차는 6점에 불과하다. 부산과 10위 전남(승점 19)의 승점 차는 4점이다. 26라운드 후 그룹 A와 B로 분리된다.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모른다. 매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사령탑들의 아우성이 그라운드를 뒤흔들고 있다.

빗속의 혈투를 기다리는 두 남자가 있다. 16라운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매치다. '황새'와 '독수리'의 만남, 포항과 9위로 떨어진 디펜딩챔피언 FC서울(승점 20)이 이날 오후 7시30분 포항스틸야드에서 충돌한다.

지난해 사연이 있다. '황새' 황선홍 감독(45)은 환희, '독수리' 최용수 감독(42)은 한으로 남았다. K-리그 제패와는 또 다른 얘기다. 황 감독은 고비마다 안방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2전 전승이었다. 서울이 보약이었다.

반면 최 감독은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특히 11월 29일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서울은 우승을 확정지은 후 포항 원정길에 올랐다. 최 감독은 '배려'차원에서 1.8군을 투입했다. 하지만 황 감독에게 관용을 기대한 것은 사치였다. 무차별적으로 난타당했다. 0대5 대패의 치욕을 안았다.

그 여파는 올초에도 이어졌다. 서울과 포항은 각각 K-리그와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3월 2일 개막전에서 맞닥뜨렸다. 서울은 2-1로 앞서다 경기 종료 7분여를 남겨두고 동점골을 허용했다. 무승부의 후유증은 컸다. 포항전에서 꼬인 실타래는 한 달여간 이어졌다. 4월 20일 8경기 만에 클래식 첫 승을 신고하며 한 숨을 돌렸다.

두 사령탑은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공격수 황선홍은 플레이가 세밀하고 정교했다. 최용수는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강한 승부욕은 동색이다. 지도자 대결에선 3승2무3패로 백중세다.


최 감독은 더 이상 양보가 없단다. 주포 데얀과 중원의 핵 하대성 고명진이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내 탓이다'라며, 운명은 스스로 개척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지난 30일 울산전에서 0대2로 패한 후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차분하게 서울전을 준비하겠다"는 황 감독도 고비다. 포항은 15라운드에서 인천에 덜미를 잡혔다. 1대2로 패했다. 2위 울산(승점 27)과의 승점 차가 불과 2점이다. 서울전에서 패하면 4월 1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최 감독의 힘든 상황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눈치다. 서울을 넘고 선두를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1년 6개월 만에 전북 사령탑으로 돌아온 최강희 감독은 이날 오후 7시 홈에서 복귀 2탄을 준비중이다. 최 감독은 지난 30일 경남을 4대0으로 완파하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치 않다. 4경기 연속 무패 행진(3승1무) 중인 성남이다. 안익수 성남 감독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8위 성남(승점 22)이 5위 전북(승점 24)을 제압하면 순위가 바뀐다.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김호곤 울산 감독은 1위 등극을 노리고 있고, 수원은 대전과 격돌한다. 두 경기 모두 7시30분 휘슬이 울린다. 수원을 잡은 강원은 오후 7시 부산과 홈경기를 갖는다. 인천과 제주의 16라운드는 21일로 연기됐다.

빗속의 K-리그 클래식, 그들의 처절한 전쟁에는 마침표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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