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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핑퐁남매'이상수-박영숙 코카콜라체육대상 5월MVP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6-23 10:23 | 최종수정 2013-06-24 08:14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고작 한달반 손발을 맞춘 한국의 '무명 복식조'가 만리장성을 뛰어넘었다. 지난 5월18일 파리 팔데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펼쳐진 파리세계선수권, 이상수(23·삼성생명)-박영숙(25·한국마사회)조와 왕리친-라오징웬조의 혼합복식 준결승은 '명불허전'이었다. 이상수의 장기인 포어핸드드라이브와 박영숙의 장기인 왼손 백드라이브 스핀이 신들린 듯 꽂혔다. 2007년 세계선수권자이자 '중국탁구의 자존심' 왕리친(세계랭킹 9위)의 라켓이 연신 허공을 갈랐다. 4대1로 중국을 누르고 10년만에 결승에 올랐다.

최근 10년간 단,복식 전종목을 통틀어 중국을 상대로 이처럼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나라는 없었다. 통쾌한 승부였다. 2005년 이후 매대회 전종목에서 결승진출자를 내온 중국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당초 혼합복식에 예정된 박영숙의 짝은 김민석(KGC인삼공사)이었다. 김민석의 티눈 수술 후 짝이 바뀌었다. '닥공(닥치고 공격)' 이상수가 기회를 잡았다. 한국탁구에 10년만의 은메달을 선물한 '신의 한수'였다. '차세대 에이스' 이상수는 태릉에서 소문난 연습벌레다. 자나깨나 머릿속엔 온통 탁구생각뿐이다. '누나' 박영숙은 "처음엔 상수의 열정을 내가 과연 잘 받쳐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었다"고 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환상의 복식조였다. 강력한 왼손, 파워풀한 남자탁구를 구사하는 국내복식 랭킹 1위 박영숙과 '오픈대회 사나이'로 불릴 만큼 큰무대에 강한 이상수가 시너지를 발휘했다. 매경기 더 강해졌다. 최강의 팀워크였다. 피말리는 전장에서 서로의 눈빛을 믿었다. "잘하고 있어!" "마음껏 쳐!" "괜찮아! 내가 다 받아줄게" 경기 내내 서로를 끊임없이 응원하고 배려하고 독려했다.

북한 김혁봉-김 정조와 결승에서 만났다. 세계선수권 초유의 결승전 남북 맞대결이 기적처럼 성사됐다. 7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북한 에이스들은 단단했다. '왼손잡이' 김 정은 예상보다 강했다. 이상수의 공격을 잇달아 맞받아쳤다. 초반 페이스를 잃고 3세트를 내리 내주며 2대4로 패한 후, 이상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93년 예테보리세계선수권 현정화의 여자단식 정상 이후 20년만의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얼굴을 감싸쥐며 "누나, 미안해"를 연발했다. 박영숙은 "수고했어, 잘했어"라며 동생 이상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날 남북선수들은 나란히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상수 김 정 박영숙 김혁봉, 남남북녀가 서로 짝을 바꾸어 선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전세계 언론의 뜨거운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남북의 젊은이들이 '코리아'의 이름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날을 기념했다.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 매너에서도 '코리아'의 클래스는 빛났다. 이상수는 피말리는 중국전, 심판의 오심에 먼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스포츠맨십으로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박영숙은 2009년 카타르오픈 출전 중 뇌종양으로 돌아가신 '딸바보' 아버지의 사진을 품고,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박영숙의 은메달 후 코멘트는 겸허했다. "태릉에서 너무 힘들어 며칠 연습에 소홀했던 적이 있다. 금메달을 아깝게 놓치고 나서 그때 생각이 났다. 그 소홀했던 시간 탓이라고 생각했다. 패배가 받아들여지더라."

'극강의 혼합복식조' 박영숙-이상수는 30일 개막하는 부산아시아선수권에서 또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대회를 앞두고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5월 MVP에 선정됐다.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을 받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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