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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첫 포문은 전반 22분 이동국(전북)이 열었다. 상대 수비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첫 골 세리머니는 이천수(인천)를 위해 한마음이 됐다. 이천수는 전날인 20일 첫 딸을 얻었다. '득녀 세리머니'로 출발을 알렸다.
3분 후엔 클래식의 데얀(서울)이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이동국과 합작했다. 이동국이 슈팅한 볼이 크로스바 맞고 나오자 오른발로 해결했다. 2골을 얻어 맞은 챌린지의 반격이 시작됐다. 1분 만에 염기훈(경찰)이 만회골을 터뜨렸다. 염기훈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후 강력한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개념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인간띠로 'K-리그 30'이라는 글씨를 그라운드에 오롯이 새겼다.
후반전에는 챌린지의 공세가 대단했다. 구자철 기성용 윤석영 이청용이 잇따라 투입되며 공격을 주도했다. 예능감이 뛰어난 구자철이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27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세리머니가 압권이었다. 결혼 축하 뒷풀이였다. 구자철은 22일 결혼을 하루 앞두고 올스타전에 흔쾌히 출전했다. 새신랑의 결혼 자축포에 동료들이 뜨겁게 화답했다. 구자철의 골이 터지자마자 선수들이 두 줄로 도열했다. 박수를 치며 축하하는 선수들 사이로 상의탈의한 결혼을 앞둔 구자철과 '신부' 김재성(상주)이 팔짱을 낀 채 입장했다. 입장을 마친 후 구자철이 뒤에 서 있는 누군가를 향해 힘껏 공 부케를 던졌다. 기성용이 기다렸다는 듯 공 부케를 받아들었다. '6월의 신랑' 구자철과 '7월의 신랑' 기성용이 뜨거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거칠 것이 없었다. 2분 뒤에는 알렉스(고양)가 역전골을 작렬시켰다. 클래식은 패색이 짙었다.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경기 종료 직전 정대세가 오른발 슈팅으로 시원스럽게 골망을 갈랐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구자철은 올스타전 MVP로 선정됐다. 상금 500만원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K-리그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결혼 선물을 받았다.
선수들은 축구장을 찾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입고 뛰었던 유니폼(상의)을 관중석을 향해 직접 선물하는 '스로 인' 팬서비스를 펼쳤고, 밤하늘에는 화려한 불꽃으로 채워졌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