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의 축구열기'FC서울-성남 자선축구, 훈훈한 현장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6-17 11:09



"마치 화개장터 같지 않습니까?"

FC서울과 성남일화의 자선경기가 열린 지난 15일, 경기도 안성종합운동장에서 마주친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의 표정은 흡족했다. 섭씨 31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저녁, 안성의 축구 열기는 그보다 더 뜨거웠다.

경기장 진입로 초입부터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1만 명을 수용하는 안성종합운동장에는 무려 9725명이 입장했다. 서울, 수원, 성남 등 수도권 구단이 가까이 있지만 생계에 바쁜 이들에게 축구경기 '직관'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담이 나직한 축구장에선 자선경기답게 따뜻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한 총장의 '화개장터'라는 표현은 적절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한장면처럼 동네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리지르며,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정겨웠다. 연고지가 아닌 탓에 양팀 모두를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공격찬스, 실점위기 때마다 팀을 가리지 않고 열띤 환호성과 아쉬움의 장탄식이 쏟아졌다. 가슴속에 간직해온 열정을 쏟아냈다. 관중석 뒤편 스탠드에선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치킨, 피자를 나눠먹으며 축구를 관전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꼬마들 역시 신이 났다. 축구장은 즐거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됐다.

자선경기는 2주간 지방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프로구단에게도 경기력을 중간평가하고, 신인들을 재발견하는 좋은 기회였다. 교체선수 제한없이 전선수단을 고루 기용했다. 서울은 월드컵 최종예선전 국가대표로 차출된 김치우, 데얀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엔트리에 올랐다. 박희성-김현성이 투톱으로 나섰다. 성남은 강원에서 영입한 골키퍼 양한빈을 선발 기용했다. 12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반 주전 골키퍼 전상욱과 교체될 때까지 45분간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십자인대 부상을 딛고 돌아온 미드필더 전성찬도 후반전 교체출전해 날카로운 킬패스로 경기감각을 예열했다. 드래프트 1순위 정선호의 왼발킥 역시 돋보였다. 전반 8분 프리킥 선제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울은 후반 몰리나 윤일록을 잇달아 투입하며 공격의 속도를 올렸다. 특히 후반 '스타 플레이어' 차두리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다. "실제로 보니 더 빠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후반 35분 교체투입된 신예 공격수 문동주가 2분만인 후반 37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몰리나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찔러준 패스를 골로 연결했다. 각이 없는 상황에서 신통하게 들어간 '묘기골'에 안성 팬들은 열광했다.

자선경기 직후 김태환 김인성 황의조 (이상 성남) 고광민 박희성 유상훈(이상 서울) 사인회에도 팬들이 몰려들었다. 경품 이벤트, 사인회를 즐기며 좀처럼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안성에서 자선축구 대회를 유치한 데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의 의지가 컸다. 안성 토박이인 김 의원과 한 총장은 평택고 선후배 사이다. 자선축구의 취지에 공감, 의기투합했다. 김 의원 역시 소문난 축구 마니아다. "내 포지션은 왼쪽 윙어다. 양발을 모두 쓴다"고 소개했다. 빠른 발과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포지션이다. "이스라엘 의원들과 친선경기 할 때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한 총장은 "팬들이 K-리그를 찾아오기 힘들다면, K-리그가 팬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나. 을의 자세로 한발 더 다가서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비연고지 자선축구 행사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안성시는 이날 서울-성남 선수단 경기 개런티로 각 1000만원을 지급했다. 서울-성남 양구단은 이 개런티를 안성시 유소년 축구 발전기금으로 쾌척했다. 마무리도 훈훈했다.

한편 15~16일 서산, 안성, 평택, 안동 등 비연고지역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팀들의 4차례 자선경기엔 총 3만80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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