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케이로스 감독 악연과 독설 그리고 최강희 감독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6-13 18:20 | 최종수정 2013-06-14 09:40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A대표팀 선수들이 6일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가졌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7차전을 앞두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훈련을 위해 볼을 옮기고 있다.
파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06/

"최강희 감독이 이란 축구를 모욕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 집에서 TV로 편안하게 보기를 바란다." (최강희 감독)

이란 축구의 수장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60),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는 2002년 6월부터 맨유의 수석코치에 선임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을 보좌했다. 1년 뒤에는 퍼거슨 감독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4년 5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다시 맨유 수석코치로 돌아왔다. 그는 2008년 7월 맨유와 다시 이별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05년 7월 맨유에 둥지를 튼 박지성(QPR)과 연결돼 있다. 3시즌을 함께 했다. 박지성은 포르투갈 출신인 나니와 포지션 경쟁을 펼쳤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박지성은 2007~2008시즌 첼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팀을 결승으로 이끈 '1등 공신'이었다. 당시 케이로스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란이 13일 전세기를 타고 입국했다. 최강희호는 18일 오후 9시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열쇠를 쥐고 있다. 한국은 승점 14점(4승2무1패·골득실 +7)으로 1위에 포진해 있다. 이란이 승점 13점(4승1무2패·골득실 +5)으로 2위,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은 11점(3승2무2패·골득실 +1)으로 3위에 머물러 있다. 최강희호는 이란전에서 비기기만해도 조 1위로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쥔다. 패하더라도 우즈벡과 골득실차가 워낙 커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란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한국이 이란을 꺾고, 우즈벡이 최종전에서 카타르를 꺾으면 조 2위가 바뀐다. 이란은 3위로 떨어져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최강희 감독은 이란 원정에서 아픔이 있다. 지난해 10월 원정에서 0대1로 패했다. 이란의 텃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었다. 최 감독은 11일 우즈벡전(1대0 승) 후 "이란이 조금 더 밉다. 원정가서 푸대접 받은 것을 기억한다. 이란에 아픔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케이로스 감독이 그 말을 들었다. 독설로 최 감독을 비난했다. 그는 13일 이란 페르시안풋볼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란에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최선을 다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란 축구를 모욕했다. 한국 축구의 수치다. 이란 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최 감독에게 우즈벡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하겠다. 우즈벡 유니폼을 입을 용기가 있기를 바란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극적 발언의 화신인 주장 네쿠남도 입을 열었다. "선수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란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것이다. 한국을 이기고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할 것이다." 이란은 이날 울산에서 담금질에 들어갔다.


12일 하루 휴식을 취한 최강희호도 이날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예능감'이 뛰어난 최 감독이 맞불을 놓았다. 그는 "단순한 멘트를 갖고 국민 감정 운운한 것이 아쉽다. 한마디만 하겠다. 케이로스 감독이 세계적인 팀에서 좋은 것만 배웠기를 바랐다. 그러나 엉뚱한 것만 배운 것 같다.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 집에서 TV로 편안하게 보기를 바란다. 우즈베키스탄 기자가 묻길래 단순한 마음을 전한 것인데 '유니폼을 보낸다'고 한다. 아예 11벌을 보내달라. 앞으로 말로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과 이란, 최후의 승부는 '설전'으로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