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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승점 1점을 더했다. 그러나 졸전이었다.
최강희호는 레바논전에서 조직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으로 조직력이 약해진 레바논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개인 돌파 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레바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공수 간격은 넓었고,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유기적인 압박은 존재하지 않았다. 헐거운 수비와 넓어진 공간에 레바논 선수들은 자신있게 일대일 공격을 즐겼다. 중원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김남일 카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비가 흔들리다보니 공격도 자신있게 하지 못했다. 이청용만이 고군분투 했을 뿐이다.
용병술도 아쉬웠다. 최강희 감독은 당초 예상과 다른 베스트11을 꺼내들었다. 기조는 안정이었다. 수비력과 안정감이 좋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동국을 원톱에 세우고 오른쪽에 이청용, 왼쪽에 이근호을 배치했다. 김보경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자리에는 예상대로 김남일이 포진했다. 그의 파트너는 당초 유력했던 이명주 대신 수비력이 좋은 한국영이 낙점됐다. 포백은 곽태휘와 김기희가 중앙 수비를 맡은 가운데 왼쪽에는 김치우, 오른쪽에는 신광훈이 나섰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불운도 발목을 잡았다. 무려 3번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 23분 이동국과 2대1 패스를 받은 이청용의 슈팅이, 후반 26분 김치우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한 곽태휘의 슈팅이, 후반 35분 이동국의 슈팅까지 모두 골대를 맞았다. 이 중 한차례만이라도 골로 연결됐더라면 역전까지도 가능한 흐름이었다. 다행히 행운의 여신은 후반 추가 시간 한차례 미소를 보였다. 추가 시간 김치우의 프리킥이 아니었더라면 레바논 참사가 재연될 뻔 했다.
이제 브라질행은 남은 2경기에서 결정이 된다. 이런 축구로는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큰 레바논전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