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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축구의 정면충돌이었다.
서울전에서 '탐라대첩'으로 바람몰이를 한 박경훈 제주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반면 황선홍 포항 감독은 애써 긴장감을 감췄다. 박 감독의 승부수는 압박이었다. "패스 줄기를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수비를 요구할 계획이다. 서울전에서 살아난 공격은 그대로 유지를 하되,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상대 길목을 차단할 작정이다." 베테랑 오승범을 중원에 배치하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황 감독은 패스를 버리는 쪽을 택했다. "상대는 패스가 좋은 팀이다. 우리는 그동안 패스가 좋다고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다소 느슨해진 느낌이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깨는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가자고 이야기 했다." 이날 처음으로 선발 기용한 김준수를 승부의 키로 지목했다. "김대호를 오른쪽에 배치할까 생각해봤지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김)준수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페드로를 잘 막아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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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겐 여러모로 아쉬웠을 승부였다. 압박으로 맞선 것은 어느 정도 적중했으나, 수비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 마라냥을 홍정호로 대체하면서 교체카드 1장을 날린 것도 뼈아팠다. 박감독은 "동점골을 얻은 뒤 너무 빨리 실점을 했다"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포스트플레이가 필요한 상황에서 100% 컨디션이 아닌 마라냥보다는 홍정호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반기 목표를 리그 5위로 내걸었던 황 감독은 제주전 승리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은채 후반기에서 싸울 수 있게 됐다. 황 감독은 "걱정이 많았는데 믿었던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승리의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가시밭길의 돌파구는 여전히 도전정신이다. "리그 중반에 접어들며 부상자가 많아지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최근 들어 패스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부분을 휴식기 동안 다질 계획이다. 경기 일정이 많은 7월에 대비해야 한다. 도전정신을 갖고 우리만의 축구를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력을 초월하는 수싸움은 축구의 묘미 중 하나다. 제주-포항전은 수싸움의 백미였다. 후반기에 다시 마주칠 이들의 수싸움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