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왜?]제주vs포항, 패스축구 마주한 그들의 대처법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6-02 16:56 | 최종수정 2013-06-03 08:21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포항 전은 패스축구의 맞대결로 관심을 끈 경기였다. 제주 배일환(왼쪽)이 포항 조찬호의 마크를 뚫고 드리블 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패스축구의 정면충돌이었다.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포항 스틸러스 간의 맞대결은 패스를 기반으로 바람몰이를 하는 두 팀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FC서울전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로 4골을 주고 받았던 제주는 승리를 장담했다. 이명주 신광훈의 A대표팀 차출과 황지수 신화용의 부상, 박희철의 징계로 주전 절반이 떨어져 나간 포항에게는 선두수성의 기로였다. 관건은 누가 패스 줄기를 막느냐였다. 난타전 끝에 원정팀 포항이 3대2로 제주를 눌렀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전반기를 맨 꼭대기에서 마치면서 기분좋게 후반기 준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제주는 서울전에 이어 또 대량실점을 하면서 안방 무승의 성적표에 고개를 떨궜다.

같은 패스, 제주는 살리고 포항은 버리고

서울전에서 '탐라대첩'으로 바람몰이를 한 박경훈 제주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반면 황선홍 포항 감독은 애써 긴장감을 감췄다. 박 감독의 승부수는 압박이었다. "패스 줄기를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수비를 요구할 계획이다. 서울전에서 살아난 공격은 그대로 유지를 하되,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상대 길목을 차단할 작정이다." 베테랑 오승범을 중원에 배치하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황 감독은 패스를 버리는 쪽을 택했다. "상대는 패스가 좋은 팀이다. 우리는 그동안 패스가 좋다고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다소 느슨해진 느낌이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깨는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가자고 이야기 했다." 이날 처음으로 선발 기용한 김준수를 승부의 키로 지목했다. "김대호를 오른쪽에 배치할까 생각해봤지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김)준수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페드로를 잘 막아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제주 서동현(왼쪽)은 포항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고전한 반면, 포항은 집중력을 잘 살려 승부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갔다. 서동현이 김광석을 앞에 두고 볼을 다루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난타전 결정 지은 집중력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제주는 송진형과 윤빛가람이 공격의 축 역할을 하면서 포항 수비라인을 두들겼다. 매끄럽진 않았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페드로는 김준수의 마크에 막혀 위력적이지 못했다. 서동현은 포항 포백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잇달아 걸렸다. 수비 집중력도 아쉬웠다. 포항에 내준 2,3번째 골은 동점골을 얻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터진 것들이었다. 서울전에서 드러났던 수비 집중력 문제가 이어졌다. 박 감독은 페드로와 마찬가지로 부상 회복 후 경기 감각을 찾아가고 있는 마라냥과 홍정호를 교체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포항은 뛰어난 집중력과 역습이 돋보였다. 동점골을 내준 뒤 허점을 보인 제주 수비진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후반 막판 제주의 파상공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김준수가 드러나는 공신이었다면, 노병준은 숨은 공신이었다. 트위터 인종차별 논란으로 한동안 절치부심했던 노병준은 이날 기량 뿐만 아니라 맏형으로 정신적인 리더 역할을 하면서 팀 승리에 일조했다. 덕분에 황 감독은 후반 막판에야 느긋하게 교체카드 3장을 활용하며 승리에 방점을 찍을 수 있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후반 막판 포스트플레이를 위해 홍정호(가운데)를 투입하는 수로 맞섰지만, 결국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홍정호가 포항 수비수 배슬기와 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희비 갈린 수싸움, 후반기에는?

제주에겐 여러모로 아쉬웠을 승부였다. 압박으로 맞선 것은 어느 정도 적중했으나, 수비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 마라냥을 홍정호로 대체하면서 교체카드 1장을 날린 것도 뼈아팠다. 박감독은 "동점골을 얻은 뒤 너무 빨리 실점을 했다"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포스트플레이가 필요한 상황에서 100% 컨디션이 아닌 마라냥보다는 홍정호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반기 목표를 리그 5위로 내걸었던 황 감독은 제주전 승리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은채 후반기에서 싸울 수 있게 됐다. 황 감독은 "걱정이 많았는데 믿었던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승리의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가시밭길의 돌파구는 여전히 도전정신이다. "리그 중반에 접어들며 부상자가 많아지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최근 들어 패스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부분을 휴식기 동안 다질 계획이다. 경기 일정이 많은 7월에 대비해야 한다. 도전정신을 갖고 우리만의 축구를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력을 초월하는 수싸움은 축구의 묘미 중 하나다. 제주-포항전은 수싸움의 백미였다. 후반기에 다시 마주칠 이들의 수싸움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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