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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두 명의 '중동 킬러'가 선봉에 선다. 중동 국가만 만나면 펄펄나는 이동국(34·전북)은 A매치 30골 가운데 10골을, 이근호(28·상주)는 16골 중 11골을 중동팀과의 경기에서 넣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의 첫 상대가 바로 레바논. 레바논전 결과에 따라 안방에서 치르는 우즈베키스탄(11일)-이란(18일)전의 중요도가 달라지는 만큼 이번 경기에서 '중동 킬러'에게 남다른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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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중동 킬러' 이근호는 최근 물 오른 골감각 덕분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근호의 올시즌 챌린지 성적표는 9경기 출전에 8골-3도움. 득점 선두에 도움에서도 2위를 달리며 공격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현재의 경기력을 말해준다. 이근호는 "챌린지에서 꾸준히 뛰어서 몸상태가 좋다. 오랜만에 대표팀 동료들과 같이 운동하니 즐겁다"면서 "3연전 중 가장 중요한 경기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밝힌 '중동 해법'은 악조건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이근호는 "레바논 선수들의 체격 조건은 좋고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다. 이런 경우 상대와 몸으로 부딪히는 상황이 많을테니 공중볼과 세컨드 볼을 차지하는게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내가 중동팀을 상대로 골을 많이 넣었지만 이번에는 동료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많이 뛰어서 찬스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근호는 '중동 해법'의 바통을 이동국에게 넘겼다. "연륜이 묻어나는 동국이형이 중동에 더 강하다. 상대팀도 나보다 동국이형을 더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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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정을 갈 때마다 항상 나오는 얘기가 있다. 홈 텃세, 기후, 잔디 등이다. 엄살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중동 원정길은 생각 이상으로 험난하다. 특히 홈팀이 최강희호에 배정하는 연습구장 잔디 상태는 동네 공원 수준만도 못한 경우가 많다. 풀이 길게 자라 부상까지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가 이보다 좋다 하더라도 고른 잔디에 익숙한 최강희호에게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중동 경험이 많은 이동국은 중동 해법의 키워드로 '적응'을 꼽았다. 그는 "기후나 잔디에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 레바논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이란도 레바논 원정에서 패했다"고 했다. 그러나 큰 걱정은 없다. 최강희호는 3일간 두바이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뒤 1일 베이루트에 입성한다. 경기까지 4일간의 적응시간도 있다. 시간이 약이다. 이동국은 "이번에는 잔디나 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경기 덜 치른 한국은 A조에서 우즈베키스탄(승점 11·3승2무1패)에 이어 2위(승점 10·3승1무1패)에 포진해 있다. 나란히 승점 7점을 기록 중인 이란(2승1무2패), 카타르(2승1무3패)와의 승점 차는 3점이다. 각조 1, 2위가 월드컵에 직행한다. 3위는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두 명의 '중동 킬러'가 브라질로 가는 길목에서 승리의 '파랑새'가 될 수 있을까.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