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싸이, 왜 '로마'에서 인종차별 당했을까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5-27 17:58 | 최종수정 2013-05-28 12:36


◇사진캡쳐=유투브 영상

전세계를 들썩이게 한 '강남스타일'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탈리아 인종차별주의자에게는 그저 '몸부림'일 뿐이었다.

월드스타 싸이(36·본명 박재상)가 축구장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다. 싸이는 2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AS로마와 라치오의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 특설 무대에 섰다. 대회를 주최한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특별 초청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싸이는 인기가 상당히 높다. 지난해 로마 포폴로 광장과 밀라노 두오모 광장 등 주요 도시의 명소에서 시민 수만 명이 어우러진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이 펼쳐지며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싸이는 당일 오전 로마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공항에서부터 싸이를 알아본 팬들이 강남스타일을 흥얼거리는 등 인기를 실감케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달랐다. 5만여 관중들은 싸이가 '젠틀맨'과 '강남스타일'을 부르는 도중 야유를 퍼부었다. 일부에서는 자신들의 응원가를 부르며 공연을 방해했다. 심지어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싸이의 공연이 끝나자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당황한 싸이는 이탈리아어로 "이탈리아! 사랑해요!"를 외치며 급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탈리아 축구장의 인종차별은 유명하다. 1992년 12월 네덜란드 출신의 흑인 선수 루드 굴리트(당시 AC밀란 소속)는 경기를 앞두고 '노 알 라찌모(No al razzimo·인종차별행위에 반대한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항의했다. 잉글랜드 출신 흑인 선수 폴 인스도 인터밀란에서 뛰던 1995년과 1997년 인종 차별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최근에도 이같은 일은 계속되고 있다. AS로마와 라치오가 특히 심하다.양 팀 모두 수도 로마를 연고로 하고 있다. 최근 유럽 경제 위기로 로마는 심각한 불경기에 신음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로마의 일부 시민들은 '이민자'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특히 극우적인 성격이 강한 축구 서포터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AS로마 서포터들은 13일 AC밀란과의 세리에A 경기 도중 흑인인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쳤다. 세리에A 사무국은 AS로마에 '다음 시즌 홈경기 중 1경기에서 서포터스석 폐쇄'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구단에 벌금으로 5만유로(약 7000만원)를 부과했다.

라치오 서포터들도 지난해 11월 토트넘(잉글랜드)과의 2012~2013시즌 유로파리그 홈경기에서 유대인을 비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또 10명의 토트넘 서포터는 로마 시내의 한 술집에서 라치오 서포터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라치오는 과거 파시스트 지도자인 베니토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았다. 일부 라치오 서포터들은 여전히 파시즘을 신봉하고 있다. 런던 유대인 밀집지역에 있는 토트넘에는 유대인 서포터들이 많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라치오 구단에 서포터 관리 책임 미흡을 이유로 홈 1경기 개최권 박탈 징계를 내렸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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