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 내려놓은 황선홍, 새 구상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5-20 13:06


◇황선홍 포항 감독이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가진 울산 현대와의 2013년 K-리그 12라운드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아쉽지만 홀가분 하네요."

황선홍 포항 감독의 목소리는 활기가 넘쳤다. 울산전에서 무패 기록이 깨질 때 잔뜩 굳었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하루 사이에 그는 다시 열정 넘치는 젊은 지도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속이 쓰리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내심 전반기를 무패로 마무리 하고 싶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년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벗어던지는데 집중하고자 했다. 생각만큼 구도가 녹록지 않았다. 선두가 된 포항은 모두의 견제 대상이었다. 무패 수성에 대한 부담과 체력저하까지 더해져 패스 플레이의 힘은 점점 떨어졌다. 철퇴축구를 앞세운 울산과의 맞대결에서는 황 감독 본인도 실수를 범했다. 김신욱의 마크에 집중한 나머지 측면 수비에 소홀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무패 기록 마감은 어찌보면 시간문제였다. 황 감독은 "한 시즌 내내 지지 않고 축구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선수들이 지금까지 노력해 준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패배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반년 넘게 패배를 잊고 살았던 선수들에게 ACL에 이어 당한 리그 패배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황 감독이 애써 미소를 짓는 이유다. 그는 "울산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휴가를 줬다. '푹 쉬고 돌아오라'고 했다. 기운없이 마주 보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고 웃었다.

황 감독은 울산전 패배를 터닝포인트로 잡을 계획이다. 그동안 떨어진 전체적인 팀 스피드와 패스 플레이를 재정비하는데 중점을 두려 하고 있다. 후반기에도 특별한 보강 없이 팀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존 스쿼드를 단단하게 만드는 정도다. 황 감독은 "특별한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 기존 자원들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것도 어찌보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는 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 일정에 여유도 생겼고, 곧 휴식기가 돌아온다. 숨통이 트이는 시점이다. 전반기에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후반기에 다시 흐름을 잡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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