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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비 이후 혼돈으로 살펴본 '모예스'의 과제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5-13 17:53 | 최종수정 2013-05-14 09:27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13일 떠나는 자리에서 "이제 새 감독(데이비드 모예스)에게 힘을 실어달라. 아주 중요한 일이다"고 호소했다. 맨유 구단도 퍼거슨 감독의 후임인 모예스 감독과 6년 장기 계약을 했다. 퍼거슨 감독이나 구단 모두 모예스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왜 그랬을까. 그 누구보다도 퍼거슨 감독, 그리고 맨유가 '명장' 이후의 혼돈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바로 '매트 버스비 감독 이후'의 경험을 통해서다.

혼돈의 시기

버스비 감독은 맨유의 첫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1945번 맨유를 맡았다. 유소년 육성에 주력했다. 조지 베스트, 던컨 에드워즈 , 보비 찰튼 등 '버스비의 아이들'을 길러냈다. 1958년 뮌헨 참사(유럽피언컵 경기를 다녀오다 비행기 추락으로 선수 기자 스태프 등 23명이 죽었다)도 버스비 감독의 진군을 막지 못했다. 버스비 감독은 1969년까지 24시즌 동안 리그 5차례, FA컵 2차례, 유러피언컵 1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버스비 감독이 은퇴한 1969년 이후 혼돈의 시대가 시작됐다. 맨유의 첫 선택은 당시 32세의 젊은 감독 윌프 맥기네스였다. 맥기네스 감독은 1953년 17세의 나이에 맨유 선수로 데뷔했다. 22세 때 다리 골절로 은퇴했다. 바로 지도자로 나섰다. 유소년팀을 가르쳤다. 1964년 리저브팀 감독으로 FA유스컵에서 우승했다. '버스비 정신 계승의 적임자'였다. 그러나 노련미가 떨어졌다. 리그에서는 고비마다 패배했다. FA컵과 리그컵에서도 준결승이 한계였다. 1969~1970시즌 중반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버스비 감독이 복귀해 그 시즌 말까지 지도했다.

맨유는 다음 감독을 '성급하게' 선택했다. 당초 맨유는 존 스테인 셀틱 감독을 데려오기로 했다. 스테인 감독은 1967년 셀틱을 유러피언컵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 스테인 감독은 마음을 바꾸었다. 맨유는 부랴부랴 대체 감독 찾기에 나섰다. 프랑크 오파렐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 장악에 실패했다. 특히 에이스인 조지 베스트의 무절제한 사생활을 막지 못했다. 오파렐 감독은 1년 6개월만에 지휘봉을 놓았다.

1972년 토미 도허티가 맨유를 맡았다. 1974년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이듬해 바로 1부리그로 복귀했다. 1977년에는 리버풀을 누르고 FA컵에서 우승했다. 그럼에도 1977년 7월 경질됐다. 팀 물리치료사의 아내와 불륜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맨유는 데이브 색스톤 감독을 데려왔다. 동시에 거액의 투자로 유명 선수들을 사오는 전략을 사용했다. 조셉 조르돈, 고든 맥킨, 레이 윌킨스 등을 데려왔다. 1980년에는 125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개리 버틀스를 데려왔다. 당시로서는 구단 최고액이었다. 공격적인 투자를 펼쳤지만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색스톤 감독은 4년간 리그나 FA컵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1981년 '잘렸다'.

이어 부임한 앳킨슨 감독은 2번의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버스비 감독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앳킨슨 감독은 1986년 11월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유소년을 등한시 했다. 앳킨슨 감독은 전 소속팀인 웨스트브롬위치에서 레미 모제스와 브라이언 롭슨을 데려왔다. 모제스와 롭슨에게만 의존한 앳킨슨 감독은 리버풀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맨유는 새로운 인물을 찾았다. 퍼거슨 감독이었다. 그는 향후 27년동안 팀을 맡으며 '맨유 제국'을 건설했다.

모예스, 혼돈 막을 적임자가 되려면

과거 실패를 비추어봤을 때 모예스 감독은 '버스비 이후 혼돈'을 막을 적임자다. 내부 승진(맥기네스)이 아니었다. 성급한 선택(오파렐)도 아니었다. 비도덕적인 인물(도허티)과도 거리가 멀다. 고액의 선수에게만 의지(색스톤, 앳킨슨)하지도 않는다. 버스비 감독 이후 실패했던 감독들의 나쁜 점은 모두 비켜나갔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큰무대 경험이다. 모예스 감독은 11년간 에버턴을 이끌었지만 우승 경력이 없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도 2005~2006시즌 딱 한번 나갔다. 모예스 감독에게 쏟아지는 관심도 큰 부담이다. 맨유는 전세계적인 클럽이다. 조금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양의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 모예스 감독으로서는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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