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최용수 서울 감독 집착 내려놓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5-12 16:58 | 최종수정 2013-05-13 08:05



90분은 갱없는 드라마다.

환희도 있었다. 그러나 올시즌 초반 이상하게 꼬였다. 때론 화도 내고, 때론 채찍도 꺼내들었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우승 후유증'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겨울이적시장에서 변화에 둔감했다는 '잔소리'도 들었다. 귓가는 어지러웠다. 클라이맥스는 어린이 날인 5일 전북전이었다. 후반 8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골을 터트린 이승기의 경고 2회 퇴장으로 수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파상공세에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클래식 2연승의 상승세가 꺾였다. 그는 전북전 후 말을 잃었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이었다. 깨달음이 있었다. 올가미는 집착이었다.

11일 대전과의 원정경기.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표정은 어느 경기보다 편안했다. 시즌 초반 자신을 괴롭혔던 집착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공공의 적'이다. 대전은 서울전을 앞두고 상식을 깼다. 대부분의 시도민구단은 '저비용 고효울'인 FA컵에 올인한다. 32강→16강→8강→4강→결승전, 5경기만 승리하면 우승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지난해 도민구단인 경남이 결승까지 올랐다. 반면 호흡이 긴 정규리그는 이변의 확률이 떨어진다.

대전은 서울전에 대비, FA컵을 버리는 도박을 했다. 8일 2부 리그인 고양HiFC와의 32강전에서 비주전 선수들을 주축으로 투입했고, 0대1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최 감독은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대전의 시나리오에 말려들까봐 부담도 됐다. 홀로 고민했다. 반면 선수들에게는 더 이상 중압감을 주지 않았다. 부담감을 주는 것이 집착이라고 판단했다.

아슬아슬했다. 서울은 전반 대전의 투지에 고전했다. 후반들어 공격력이 살아났다. 후반 7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수비수 김주영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파상공세는 계속됐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위기는 또 찾아왔다. 후반 25분 대전 이웅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1-1의 행진은 정규시간인 후반 45분이 흐른 뒤에도 계속됐다. 서울은 시민구단인 대전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해도 치욕이었다. 그 순간 최 감독도 지옥이었다. 그러나 내색할 순 없었다. 다행히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주장 하대성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2대1로 승리했다. 전북전의 악몽을 털어내며 가까스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최 감독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우리 상황에서는 매경기가 결승전이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팀의 핵심인 하대성이 귀중한 시기에 골을 넣어 칭찬하고 싶다. 전체 선수들 모두 잘했다. 10라운드까지 많은 승점을 못 쌓았다. 11라운드 시작부터 좋은 경기를 했다. 오늘 경기가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싶다."

최 감독은 선수단을 이끌고 1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서울은 14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베이징 궈안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른다.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인 지난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도자 최용수는 올시즌 또 다른 세상을 배우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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